우물쭈물 하다 20대 국회가 어제 개원했다. 사실상 국회는 어느 국가든 의회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국가 역시 이런 의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다는 조사물은 아이러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 국회는 안심(?)해도 좋다. 왜 그런 것일까 설명하자면 복잡한 이론과 오랜 경험의 정치인이나 또한 정치전문가들에 대한 식견이 장황하게 필요하고 결정적으로 이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 즉 국민들이 잘 알기에 생략한다. 그 범주 안에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론 국회안의 개인, 즉 의원 자신들도 멀지않다. 개원 당시 벅찬 가슴으로 세상을 바꾸겠노라 입장한 인물들이지만 곧 몇 년 후면 그 이름값을 유지하는 수가 많지 않아서다.

특권에 몸이 굳어지고 타협에 마음이 흔들려서다. 물론 특권을 누리지 않고 초심으로 의사당을 걸어서 들어서며 들어야 할 짐이 많아 간신히 모닝급 경차로 출근하고 싶은 초선의원이라도 옆에 있는 의원이 눈치를 주거나 선배 정치인이 옆구리를 찌른다면 그는 곧 타협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국회의원이고 무슨 색인지 몰라도 싹 터가는 정치인이다. 물론 타협하지 않고 처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자면 지역구에서는 건방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말을 감수해야 한다. 당선 직후 쏟아지는 민원은 타협과 밀접해서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면 물들고 더러운 정치인이 된다. 이래저래 피곤한 국회의원을 왜 했을까 절로 탄식이 나올 수 있지만, 때는 이미 몸이 특권에 젖은 뒤다.

지역에서부터 철저하게 주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국회가 왜 이렇게 여러 평가와 입놀림에 단골메뉴로 오르는가. 알다시피 국회의원은 면책. 불체포 특권 및 세비 외 각종 수당 지급 등 종이에 적힌 제도적 특권을 누린다. 이 뿐인가.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관행적 특권으로 바꿔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보다 못한 유권자들이 뭔가 특단의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그때마다 목소리를 높여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당분간 없을 일이다. 말 꺼내는 사람이 국회의원이고 대상 역시 국회의원인 탓이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연간 세비는 상여금·관리업무수당·급식비 등을 포함해 1억3천800만 원으로 국내 1인당 국내총생산의 4배가 조금 넘는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공영방송들은 최근 무슨 의도에서인지 스웨덴등 여러 선진국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안다.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겠다. 그들은 분명 우리와 다르다. 검소하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나 인간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회기 중 결근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받지 못하는 월급과 그들이 일하는 장소는 검소하다 못해 안타깝다. 왜 우리는 이런 시선들을 지금에서야 갖게 되었는가. 그만큼 정치의식이 성숙된데 있다. 우리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이유로 보좌직원 9명을 주렁주렁 달면서 연간 수억 원을 떼어가도 이를 탓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만큼 의원들이 거리를 무릎으로 기며 한편으로 차가운 유권자들의 눈빛을 이겨가며 고생해 가슴에 단 금뱃지라서(?).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습관처럼 이어지는 망각과 무관심에서다.

이쯤에서 유럽의 국회의원들과 어림잡아 200여 가지나 되는 특권을 누리는 우리의 선량들을 자세히 비교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무엇을 놓고 봐도 우리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많은 일을 질 좋게 하는 것도 아니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는 의원 전용 출입문과 엘리베이터가 마련돼 있고 국회에 있는 병원과 목욕탕 그리고 헬스장 등이 의원뿐 아니라 가족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가. 왜 의원 가족들이 이런 특권을 함께 누려도 되는지 물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조차 의문이다. 이제부터 그들에게 특권은 오로지 입법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모든 것은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다. 20대 국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미 지금 특권 없는 국회,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심지어 의원실 회계 상시 감사체제 도입 등 강력한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도 들리고 있다. 얼마 전 끝까지 지저분한 막을 내린 제19대 국회가 국민 불신을 한 몸에 받아서 일까. 20대 며칠의 느낌은 산뜻하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국회가 잘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특권을 내려놓고 민심을 받드는 20대 국회의 의정활동은 단순하다. 그것은 올해 내에 국회 개혁 작업을 잘 마무리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윤리감독위원회 신설 및 독립적 조사권 부여, 출판기념회의 회계 투명성 강화등 여러 규제가 논의되어야 하겠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빠를수록 좋다.

문기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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