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知人)들 사이에서 핫 이슈는 남경필이다. 세미나 뒤풀이 장소에서도, 골프장에서도 화제는 남경필 지사였다. 남 지사가 경기지사이고, 필자가 경기도 언론에 몸담고 있는 현실을 배려(?)해 인사치레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남 지사가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철수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前) 장관 영입 이후 본격적으로 나온 대권플랜 가동설에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발언이 보태지면서 ‘남경필=여권 잠룡’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기 때문이다. 남 지사 측의 손사래에도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 발언은 이슈를 만들고 시중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라는 정치평론가들의 해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

남 지사를 여권의 잠룡으로 만든 1호는 연정(聯政)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민주 김태년 국회의원도 한 몫 했다. 2014년 치러진 선거에서 남 지사는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됐다. 도지사는 여당의 후보가 됐지만 도지사를 견제하는 도의회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했다. 지방정치 권력이 야당으로 이동하던 시점이었다.

연정과 얽힌 비화(秘話)가 있다. 연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정점에 달했을 때다. 김태년 새정치 도당위원장에게 연정에 동참하는 의도를 물었다. 그는 “새로운 정치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정이 남 지사를 여권 잠룡으로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연정으로 남 지사가 대권후보가 되면 더 잘된 것 아니냐”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남 지사의 제안을 야당 도당위원장이던 김 의원이 거부했다면 지금의 연정은 없었고, 남 지사가 자신의 브랜드인 연정을 들고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 지사는 김 의원을 ‘연정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도정(道政)이 먼저다

돌이켜보면 경기도지사는 늘상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 여야를 떠나 경기지사를 잠룡으로 분류하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경기도의 다양성과 몸집이 주된 이유인 것 같다. 전국 팔도에서 모여들면서 인구가 가장 많고 도농복합도시, 산업도시, 군사도시···최첨단 IT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은 물론 전국 중소기업의 30%가 경기도에 있다. 육해공(陸海空) 등 군부대와 시설도 경기도에 몰려 있다. 경기도를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하는 이유다. 때문에 도정(道政)이 국정(國政)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으며, 경기지사는 도정 운영을 하면서 국정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DNA를 키우는 것 같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 전 지사처럼 남 지사도 대권의 꿈을 키우고 있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를 선행하라고 권한다. 첫째, 도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 말고 일자리 만드는 데 진력하라. 국민들은 정파(政派)를 따지지 않고 민생을 잘 살피고, 안보를 튼튼히 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요즘 민생의 화두는 ‘일자리’다. 세계를 흔들고 있는 영국의 EU 탈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다. 자국이익, 자국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많다. 일자리가 더 줄어들게 뻔하다. 남 지사는 슈팅을 직접 때릴지, 어시스트를 할지 고민하지 말고 경기도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이유다.

현재 진행 중인 연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연정이 협치(協治) 바람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보면 겉으로는 성공이라 할 수 있지만 지방권력 나눠먹기라는 지적도 많다. 지방장관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연정2까지 성공시킨다면 우리 정치사에 큰 족적이 될 것이며, 남경필 표 ‘연정’은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군(友軍)을 만들어라

김문수 전 지사가 도지사 3선의 길로 가느냐, 대권 도전이냐로 고민할 때다. 김 전 지사가 측근들에게도 속내를 비추지 않아 가설만 무성했다. 팩트를 찾기 위해 김 전 지사와 가까웠던 남경필 의원을 만났다. 그는 화서시장 근처 2층 식당에서 “김 지사가 속을 안 보여준다. 경기도 국회의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주지 않을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지사에게 우군을 만들라는 코치였다. 현 시점에서 남 지사에게 꼭 필요한 조언 같아 기억을 더듬어 남 지사가 했던 말을 소개한다. 큰 정치를 꿈꾼다면 정파를 떠나 우군을 만들어라. 지방재정법 같은 경기도 현안에 적극 나서 풀어내고 시장 군수를 내편으로 만들어라. 6개 시(市)도 경기도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측근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는 지양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길 권한다. 옥석을 가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측근은 잘라내라. 이혼이라는 가슴 아픈 가정사까지 공개하던 패기는 어디 갔나. 

김광범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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