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년연속 10조대 편성...조선업 등 대량 실업사태 대비
작년 세금남아 국채발행 배제
추경으로 경기부양 효과 의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결국 편성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세계 경제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변수가 결정타가 됐다.

다만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세수 잉여금으로만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 10년 새 6번째 추경…재원만 74조 원 투입

정부는 28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10조 원 수준의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지난해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돌출하자 정부는 11조6천억 원 규모의 추경 카드를 빼들었다.

추경이 10조 원 이상 규모로 2년 연이어 편성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2006년부터 10년간을 따져보면 올해가 6번째 추경이다.

2년에 한 번꼴로 본예산이 부족해 정부가 추경에 손을 벌렸다는 의미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추경 규모까지 더하면 10년간 추경에만 무려 74조1천억 원이쓰이는 셈이다.

추경 규모로 따지면 올해는 역대 4번째로 크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8조4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17조3천억 원, 지난해 11조6천억 원, 올해 10조 원 순이다.

올 초 추경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던 정부가 결국 추경을 선택한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암운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고용 한파 조짐이 일부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는 데다 지난주에는 영국이 국민 투표로 브렉시트를 택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정부는 대외 악재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사업 위주로 추경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 사태와 지역 경제 위축에 대응하는 데 상당 부분 추경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 실탄 마련은 초과 세수로…국채 발행은 배제

또 다른 관심사인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정부는 추경 재원 마련 방법으로 주로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을 써왔다. 그러나 단기 부양을 위해 재정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엔 아예 국채를 발행하는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신 지난해 세금을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인 세계 잉여금과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실탄을 마련한다.

정부는 지난해 4년 만에 세수 결손에서 탈출하며 2조8천억 원의 세계잉여금 흑자를 냈다.

그중에서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에 쓰고 남은 돈인 1조2천억 원을추경 재원으로 쓴다는 방침이다.

올해 들어 세금이 잘 걷히는 점도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이 가능해진 이유 중 하나다.

이달 중순 정부가 발표한 ‘6월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96조9천억 원으로 지난해 1∼4월(78조8천억 원)보다 18조1천억 원 증가했다.

올해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무려 43.5%가 실제로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36.5%)보다 7.0%p나 높은 것이다.

▶ 성장률 얼마나 끌어올릴까…일부 전문가 “추경 규모 부족”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추경과 공기업 투자·정책금융 확대 등 추경 외에 10조 원 이상의 재정 수단을 추가로 동원해 총 20조 원 이상 규모의 재정 보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재정 보강이 추진되면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0.2∼0.3%p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추경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악화를 막으려고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려다 추경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정부가 추경 계획을 발표하기 전 일부에선 추경의 규모가 15조 원대가 될 것으로 봤다.

구조조정 이슈 때문에 20조 원대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 투자은행(IB)에서도 추경 규모가 20조 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씨티그룹은 추경 규모를 10조 원으로 가정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4%로 제시했지만 추경 규모가 2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그 경우 앞으로 1년간 성장률이 0.2%p 추가로 올라가리라고 봤다.

전문가들도 추경 규모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은 최소 11조5천억 원, 최대 26조6천억 원이라고 봤다”며 “브렉시트를 고려할 때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