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입석제로' 취지 상실...사업비 운전기사 증원에 중점


남경필 경기지사의 역점사업인 버스 준공영제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비 900억 원을 들여 오는 2018년까지 광역버스 입석률을 제로화 시키겠다는 계획인데, 구체적인 사업비 사용처가 입석문제를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남 지사는 28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7월부터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해 2018년까지 출퇴근길 광역버스 입석 승객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2014년 정부가 입석금지 조치 이후 300여대의 버스를 증차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도민이 서서 출퇴근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준공영제를 도입키로 했고, 이는 출퇴근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가 이날 밝힌 준공영제는 경기도가 서울 등을 오가는 광역버스 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한편 노선 변경 등의 권한을 갖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준공영제 예산 900억 원 중 70% 가량을 광역버스 운전기사 증원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2층 버스 도입 확충과 거점 간 급행노선 운영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청 브리핑룸에서 광역버스 준공영제와 2층버스 확대를 통해 입석률 0%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그러나 경기도의 이 같은 준공영제 계획안에 대해 입석문제 해결에는 실효성이 없는 졸속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사업비 900억 원 중 대부분을 1천200명에 달하는 버스 운전기사를 추가 모집한 뒤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같은 안이 입석문제를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지원을 통해 1일 2교대 근무를 확대시키는 등 근로여건을 개선시켜 운행 안전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은 사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기도는 사업비 마련을 위해 도비와 시·군비를 각각 절반씩 부담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선 지자체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경기도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한 지자체는31개 중 4곳이 전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입석해소 등 버스이용에 대한 불편을 해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경기도가 발표한 안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해당 정책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도의원 8명은 이날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 지사의 버스 공영제 안은) 절차도 협의도 무시한 졸속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이날 남 지사가 추구하고자 했던 정책목표와 이에 따른 도의 방안이 꼬이면서 명확한 정책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버스기사 인건비 지원방안이 입석률 제로화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향후 버스 준공영제를 원할히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신정훈·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

촬영=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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