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여의도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일반 국민이 아니다.

금뺏지를 다는 순간부터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벗어던지는 소수 특권층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죄를 지어도 회기 중엔 함부로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갖고 있다.

또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도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도 국회에서 만큼은 예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외시찰 등 출입국할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면서 출입국 절차도 거의 생략된다.

현지에 도착하면 재외공관에서 영접해 현안 브리핑, 공식일정 주선, 교통편의 등을 지원받는다.

심지어 국민의 의무인 예비군· 민방위 훈련도 면제된다.

연간 1억4천만 원에 이르는 세비는 국회를 열지 않는 등 일하지 않아도 지급되는 것은 물론 각종 비리나 범죄행위로 구속되도 지급되는 ‘무노동 유임금’의 특혜를 누린다.

국회 내에는 40평이 넘는 사무실과 운영경비, 차량 유류대 등으로 1억 원 가까이 지원되고 의정활동을 위해 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 인턴 2명 등 보좌직원 9명을 둘 수 있다.

세비를 포함, 자신들이 쓰는 비용을 정하는 권한도 갖고 있어 지난 10년간 세비를 37%나 셀프 인상했다.

국회의원이 갖는 이 같은 권한이 200개가 넘는다는 말도 있다.

국회는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또 국가의 주요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유를 대며 갑질도 서슴치 않는다.

국회는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 주요 사안이 있으면 특별위원회를 열어 관련 부처 장·차관 등을 불러 보고를 받는다.

때로는 기업의 총수도 증인이나 참고인 등으로 불러 이야기를 듣는다.

이러한 자리에 국회의원들의 지각 출석은 다반사다. 그래 놓고도 미안하단 한마디 말도 없다.

질의에 들어가도 자신들이 할 말만 쏟아내고 정작 이들의 답변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발언이 끝나면 어느새 자리를 뜨고 없다.

공직자들에게 서울 강북과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잇는 서강대교는 ‘개XX 다리’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국회에서 갑질에 모욕을 느낀 공직자들이 돌아가는 길에 다리 위에서 “개××들”이라고 내뱉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SNS상에서는 정치인을 ‘오스트랄로 폴리티쿠스(정치 원시인류)’라고 부른다고 한다.

초기 직립 원시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빗대서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면 네발로 걷다시피 굽실거리다가 선거가 끝나면 어깨에 힘을 주고 꼿꼿이 서서 유권자를 내려 보듯한 모양새를 풍자하는 말이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 여야는 한 목소리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가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변화를 통해 기득권을 버리고 분골쇄신해야 한다”며 의장 직속의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치발전특위가 구성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 만들기, 특권 내려놓기에 맞는 국회 만들기에 3당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솔선수범 차원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고 4년간 동결하는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회의원직에 부여됐던 혜택과 지원 중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들은 주저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 내에서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 법안 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 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법안 제정 주장은 이번 20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대부터 19대까지 비슷한 내용의 법안 발의가 빠지지 않았다.

17대 국회에서는 노현송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회의원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이 의원보좌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한 ‘국회의원수당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18대 국회에서도 강명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배재정 의원 등이 발의한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관련한 법안이 세건이나 제출됐다.

그러나 이들 법안 모두 상정만 됐을 뿐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15대 이후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거론되지 않은적이 없었으나 모두 용두사미꼴로 됐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누리기와 갑질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마음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태로 볼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하겠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특권을 내려 놓겠다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내려놓을 것은 특권이 아닌 특권 의식이어야 한다.

홍재경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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