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부모 "교육 구성원 우리 의견 제외한 일방적 결정" 지적
학원 "야자한다고 사교육 안받는 것 아냐...오히려 질 높은 교육 받을 수 있는 선택권 확보된 셈"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관내 고교의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30일 오후 수원시 한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 모습. 노민규기자
경기도교육청의 야간자율학습(야자) 폐지 발표와 관련, 교육계가 찬반 공방으로 들썩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찬반 양쪽 모두 보다 세밀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데에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의 취임 첫 정책이었던 ‘9시 등교’ 처럼 ‘야자 폐지’도 학교장 고유영역이기에 강제할 수는 없으나 교장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의 방침이기 때문에 다수의 공립학교들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설 학원 등은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한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상당수 학교들과 학부모들은 교육 구성원인 자신들 의견을 제외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사교육비 부담 및 도교육청의 대안 등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야자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겪게 될 혼란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도교육청이 야자 폐지 대안으로 내놓은 ‘예비대학 교육과정(가칭)’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용인의 A자립형사립고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학교와 학부모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야자 폐지를 발표했다. 혼란이 예상된다”며 “야자 폐지 후 가정형편상 학원이나 사설독서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공부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무작정 학교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셈인데 그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산의 B자립협공립고 관계자는 “도교육청의 야자 폐지에 대한 대안은 문제가 많다. 수도권의 대학들이 경기지역 고등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교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대학들은 과중한 업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내실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고교는 예비대학 교육과정의 경우 교육시스템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비대학 교육과정에 참여한다 해도 현행 진학시스템 상 학생기록부에 기입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입시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이 학교의 입장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입시가 급한 학생들의 예비대학 교육과정의 참여도는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내 한 보습학원 앞을 가득 메운 학원버스들. 노민규기자
도교육청이 야자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검토하지 않고 성급히 결정·발표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남시 분당의 C고교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주지않고 무작정 야자를 폐지한다는 사실만 알려져 학교는 물론 학생들 모두 혼란에 빠졌다”며 “희망 학생에 한해 야자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망자에게 학교는 학습 공간만 제공한 것 뿐인데 이마저 폐지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수의 학부모들도 야자 폐지에 따른 도교육청의 실효성 높은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고2, 중2 자녀를 둔 김모(48)씨는 “도교육청의 독단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일률적으로 기획한 행정”이라며 “교육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치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7·여)씨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학교에서 더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문제인가”라며 “예비대학 과정에 참여할 학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학원가는 야자 폐지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학원들은 학생들이 보다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의 D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야자를 한다고 해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평일에 야자를 하는 학생 대부분은 주말에 학원에 와 몰아치기 교육을 받기 때문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며 “야자는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면학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당연히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불만이 높았다. 야자 폐지로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확보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 자료를 통해 “야자 폐지는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 등 대학입시 준비라는 고교현실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학교 특성과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구성원의 의견조사와 부작용 대책이 미비한 점도 비판했다. 이에반해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야자 폐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실적 대안이 없어 잘못된 관행(야자)을 답습했다. 변화 모색에 적극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폭넓은 의견수렴과 예견되는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도교육청 홈페이지 등 온라인상에서도 찬반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야자의 형태로는 학생들의 창의성, 주도성, 도전정신 등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방과 후 독서토론이나 스터디모임을 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진학을 희망하는 전공기초 수업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예비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영수 중심의 암기,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고교과정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병근·임성봉기자/bg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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