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길에서 남경필 지사(이하 존칭 생략)의 길을 물어봤다. 치세(治勢)의 결은 달라도 길은 포개졌다. 도지사의 길은 도정(道政)이다. ‘일하는 도지사’는 남경필의 숙명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남경필은 길을 찾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길을 잃었다. 혁신(革新)을 주춧돌 삼아 기틀은 잡았지만, 삼천포로 빠졌다. 공약 109건 중 고작 9건(경기도청 홈페이지)만 끝냈다. 양(量)보다 질(質)이 더 문제다. 누워서 떡 먹듯 해치운 약속이 태반이다. 3천 개쯤 있어야 할 따복(따뜻하고 복된)마을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남은 숙제를 2년 안에 해치워야 한다. 날림은 필연이다. 신상(新商)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결과다. 이상론자를 멀리하지 못한 귀결(歸結)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虛像)만 난무한다. 도정은 도떼기 시장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매긴 최고등급(SA)은 ‘착시(錯視)’다. 공약 이행 점수는 100점 만점에 ‘35점 이상’ 수준이다. 소통 같은 엉뚱한 분야 점수를 빼면 낙제점이다. 이상한 평가 방식 덕분에 1등이라고 우겨볼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밀린 숙제가 산더미다. 너무 잘해내려는 집착증이 더 큰 문제다. 암기과목에 몰빵해야 할 때다. 고(高)난이도 수학문제에 매달려봐야 성적을 낼 수 없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이상이다. 내 나라에 성공한 공동브랜드는 없다. 따져볼 필요도 없다. 브랜드파워가 약해서가 아니다. 제품의 질을 믿지 못해서다. 인터넷은행 대신 시중은행 지분을 인수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닭 잡아놓고 꿩이라고 우겨볼 심산인가?

남경필은 “현장을 모르는, 쓴소리 안하는, 왕 노릇하는 관료는 (공직에서)배제시키겠다”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현장 체질은 찬밥신세다. 실시간 중계되는 회의석상에서 쓴소리할 ‘간 큰’ 관료가 어디있나. 카톡 문자 날리고, 손편지나 써대는 관료만 승승장구한다. 배제된 관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측근들은 또 어떤가? 같은 편 총질은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사탕발림은 그들의 밥벌이 능력이다. 소장파의 견제는 노장파를 결집시키는 원심력이다.지금 이 순간도 십중팔구는 변호하고 반격할 궁리만 하고 있을게 뻔하다.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산하 공공기관장은 사고뭉치들의 집합소다. 남경필이 사석에서 “○○님까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된다”고 했던 야사(野史)는 들어봤나. 도지사 2년, 남경필 치세의 적(適)은 ‘사람’이다.

남경필의 한수는 여전히 연정(聯政)이다. ‘돈정’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하지만, 현상만 유지해도 여전히 쓸만한 패다. 문제는 더 잘해내겠다는 공명심이다. 경기도의원에게 ‘지방장관’ 명함을 파주겠다는 발상은 너무 나갔다. 도의회는 신뢰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아니다. 일자리재단 설립 승인 대가로 액면가 750억 원짜리 ‘백지수표’를 경기도교육청에 넘긴 것이 그들이다. 동료의원 4명이 참여해서 만든 공공기관 통폐합안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것도 그들이다. 정치적 전리품에 취한 그들에게 초법적인 권한까지 나눠주면 안 봐도 비디오다. 도정이 산으로 갈 확률이 100%다. 경기도는 비(非)전문가에게 행정교육을 시켜주는 사설(私設)학원이 아니다. 도정에 사심(私心)이 끼어들면 남경필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남경필은 벼룻길에서 신작로로 나와야 한다. 헤맨 길에 답이 있다. 지난 2년과 남은 2년은 같은 길이다. 도지사 평가의 바로미터는 ‘업적’이다. “남경필 일 잘하네”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도대체 한 일이 뭐야” 나락으로 떨어지는 갈림길이다. 용인술(用人術), 관료술(官僚術), 정책술(政策術)…. 재정비가 시급하다. 대권 도그마에 빠진 측근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얼치기 전문가를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 다음이다. 공약실천 로드맵을 손질해서 한 달에 2건씩 해치우는 타임스케줄을 다시 짜야 한다. 측근과 관료들이 깔아뭉갠 공유적 시장경제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집토끼, 산토끼할 것 없이 남경필에게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단 한 척의 배로 보육대란을 막아냈을 때다. 남경필의 길은 도정에 있다. 시간이 없다. 남경필 앞에 놓인 길을 남경필이 걸어온 길에서 다시 물어봤다.

한동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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