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 중부선언-다시 자치다]
명함상 직급부터 계급차 뚜렷...중앙 사무관 명함엔 '사무관'·지방직은 '지방사무관' 꼬리표
인사도 국가-지방구분 '황당'...화성부시장 내정자 무한대기 "중앙이 우위라는 정서 문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올해로 꼭 25년째다. 1991년 시·도의회가 30년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자치시대가 열렸다. 3년 뒤에는 시·도지사, 시장·군수, 시·도의원, 시·군·구의원을 동시 선출하면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07년에 시·도교육감 직선제까지 도입되면서 입법과 행정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지방정부의 틀을 갖췄다. 하지만, 25년이 흐른 지금껏 지방자치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방정부를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국회도 동색이다. 지방자치 부활 원년에 창간한 중부일보가 오는 7일 창간 25년을 맞아 ‘다시 자치다’라는 주제로 중부선언을 하고자 한다.

▲ 같은 부이사관이어도 국가공무원은 부이사관 , 지방공무원은 지방부이사관 이라고 적는다. 국가공무원은 고위공무원 이라고도 표기한다.
국민들에겐 낯선 얘기지만, 일반직 공무원 사회에도 ‘수저계급론’이 존재한다.

 엄밀히 따지면 국가공무원은 금수저, 지방공무원은 흙수저다.

 공무원을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명함에 적어넣는 직급부터 계급 차이가 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주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은 명함에 5~2급을 뜻하는 사무관·서기관·부이사관·이사관이라고 적어 넣는다. 직급이 3급 이상이면 ‘고위 공무원’이라고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가공무원’이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반면, 지방공무원의 명함에는 지방사무관·지방서기관·지방부이사관·지방이사관으로 적혀 있다. 직급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이 표기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지방’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복수의 공무원들은 5일 “공직 30년 만에 사무관으로 승진해도 지방사무관으로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명함에 직급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새파란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사무관’이라고만 표기한 명함을 내밀면 빤히 쳐다보곤 해서 아예 사무관이란 직급을 빼버린다”고 했다.

같은 공무원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뉜 것은 국가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이란성쌍둥이 법(法)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소속 기관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국가’와 ‘지방’으로 신분만 나눠놨을 뿐 내용은 거의 똑같다. 

‘국가’, ‘지방’ 두 글자만 다른 이들 법은 정부부처와 외청 소속 공무원은 국가공무원으로 금칠해 놓고, 지방정부 소속 공무원은 지방공무원으로 흙칠해놨다.

또 다른 공무원들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국가와 지방으로 신분이 나뉜 것”이라면서 “다 똑같은 공무원이고, 인사교류도 하는데 굳이 지방공무원으로 낙인 찍은 것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빗나간 우월감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가공무원은 중앙정부 예산, 지방공무원은 지방정부 예산에서 인건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신분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이상을 논리를 펴는데 소도 웃을 일”이라며 “국민이 낸 세금에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닌데 마치 체급이 다른 것처럼 인식되도록 해놓은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국가와 지방으로 구분해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 1일자로 화성부시장 내정자로 발령된 2급 공무원이 이날까지 대기중이다. 

부시장 임명권자인 화성시장이 일찌감치 임명 동의했는데도, 닷새가 지나도록 해당 공무원은 인공위성 상태다.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절차와 형식 탓이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화성부시장 내정자의 신분이 국가직이어서 지방직으로 전환하려면 중앙부처의 재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발령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인사권자가 화성시장인데 인사발령은 결국 중앙부처가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버렸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에서는 2급 직책을 맡았던 고위 공무원이 중앙부처로 파견되면 3급으로 1계급 강등되거나, 고위공무원단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 3개월씩 집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가끔씩 벌어진다.

류홍채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앙이 지방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정서가 이미 많이 깔려있는데, 공무원을 중앙직과 지방직으로 나누면 당연히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명칭만 공무원으로 통일하는 게 해결책은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복진·최홍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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