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사무공간 직원간 토론 열기 가득...밤샘근로자 로비 원형쇼파서 새우잠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창업 지원...법률·특허·회계 업무 컨설팅도 제공

지난달 23일 오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 캠퍼스 건물은 창조적인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표방하듯 3개동의 건물을 잇는 허브형태의 구조로 디자인 돼 있었다.
 
1층 본관 로비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반짝 거리는 인테리어와 최첨단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외국영화에서 본듯한 IT 대기업 사내 분위기는 방문객들을 놀라게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3동과 연결돼 있는 통로에는 커다란 로비와 전시장이 위치해 있었다.
 
전시장에는 첨단 IT산업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이 곳에서 VR 영상 등을 체험하고 나니 판교 테크노밸리 내 스타트업 요람에 들어와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전시장 바로 옆 K-ICT 본투글로벌(Born2Global) 센터가 위치한 3동 스타트업 공간은 활기가 넘치다못해 북적거렸다.
 
20~30대 젊은 창업가들이 개별 사무공간과 복도식 합동 사무공간 등에서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투명유리로 제작된 사무실 간 칸막이에는 각종 업무 관련 문구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덕분에 사무실 내부에서 업무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사무실 밖 합동 사무공간은 나선형 모양의 테이블과 알록달록 한 의자들이 특이한 구조로 설치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회의를 진행하거나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직원들간 열띤 토론, 미팅, 개별 전화상담 등에 여념이 없었다.
 
▲ 스타트업캠퍼스의 젊은 창업가들이 3동 2층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노민규 기자
여기에 공용 복사기까지 설치돼 있다보니, 별개의 기업들이지만 마치 한 곳의 기업이 부서별로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복도를 걸어나와 반대편 로비로 나오니, 창업인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과 밤샘 근무자를 배려한 원형 모양의 쇼파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창업가들이 꽤 많았는데, 쇼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니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대형 IT기업들의 건물과 사무실 내부가 훤히 내다보였다.
 
캠퍼스 밖 풍경은 창업가들의 꿈의 무대인 듯 했다.
 
이곳 3동 내에는 현재 모두 5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다.
 해당 건물의 경우 층별로 스타트업 발전 정도를 분류해놨다.
 
기자가 처음 들어섰던 2층의 경우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기업들이, 3~4층에는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업무가 진행 중인 스타트업들이 위치하는 식이었다.
 
층별로 사무 분위기의 온도차는 조금 있다.
 
이제 갓 기업을 꾸린 사무실은 본투글로벌 센터를 하루에도 수십여번씩 들락거리며 자문 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면, 다른 층의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는 분위기가 대조적이었다.
 
본투글로벌 관계자는 "2층은 이제 한창 기획초기 단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이고, 3층은 자리를 잡은 기업, 4층은 해외진출만 남긴 상태"라면서 "분류를 통해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동 'K-ICT 혁신허브'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3동과 달리 IOT, Cloud, Big-Data, Mobile, SW 융합, 게임 제작 등 기업 종류별로 나뉘어 지원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술교육과 인프라 제공, 수요기업 매칭 등을 통한 사업화와 투자유치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층에 들어서자 십 여대의 컴퓨터와 시설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서 젊은 기업가들이 모여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팀원들간 장난도 치고 농담도 주고 받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다 한 직원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젊은 창업가들은 모두 도전정신과 의욕에 불타 있는 듯 했다. 
 
이들은 무작정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느낀 문제 인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 캠퍼스에 입주한 기업들이 사업 아이템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노민규 기자
실패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실패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분위기다.
 
가계부 어플 '벤토이'의 CEO 서지원(30) 씨는 "평소 돈 관리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게 됐다"며 "돈을 관리하기 위해서 재무설계사를 직접 찾아갔지만, 보험상품만 파는 금융권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래서 개인의 돈을 관리해줄 '비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출에 따른 소비성향, 자신의 재정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효율적인 돈 관리를 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미있고, 또 수익이 있는 사업을 원했다"면서 "이전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그걸 기반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창업→성장→글로벌 진출 등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창업 지원소다. 
 
1동에는 기업 네트워크, 테스트장비, 단기 보육공간 제공 등을 지원하는 'K-ICT 혁신허브', 2동에는 분야별 전문기관과 요즈마 그룹의 글로벌 투자 노하우를 제공하는 '글로벌 브릿지', 3동에는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글로벌 진출 지원하는 'K-Global 허브' 지원 기능이 마련돼 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캠퍼스 내에 공실이 있을 때마다 모집공고를 내고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젊은 기업가들은 홈페이지를 방문해 소정 양식대로 자료를 제출 후 심의를 받으면 입주가 가능하다. 
 
스타트업캠퍼스의 장점으로 탄탄한 기반시설, 적극적인 지원,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꼽을 수 있다. 
 
법률, 특허, 회계, 마케팅, 노무, 비자, 홍보 등 전 분야의 컨설팅을 지원하는 B2G 사무실도 있다.
 
컨설팅을 맡은 연구원들은 한 건물내에서 스타트업 사무공간과 불과 5m 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아 그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원은 해주되 간섭은 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젊은 기업가들과 소통한다.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가구를 디자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전찬우 알리올리의 대표는 "언제나 기발한 생각이 나올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준다"면서 "같은 공간에서 다른 기업들과 일을 하고 소통하다보면,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 캠퍼스내 입주 창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주차 불편'을 언급했다.
 
한 기업 당 1개의 주차면만이 제공되다보니 직원들은 물론 미팅차 방문한 바이어들도 불편이 상당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주차장 부지가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입주 기업마다 제공되는 주차공간이 1개면 밖에 없다보니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주차불편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스타트업 캠퍼스는 도전정신과 꿈이 있다면 누구나 지원하고 입주할 수 있다. 앞으로 스타트업캠퍼스가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 양성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 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의현·최홍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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