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저 사람이 왜 저런 정신나간 소리를 했는지 그저 궁금했다. 그러다가 영화를 지나치게 많이 봐 괜한 인용을 더 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얘기가 '사드배치 공식선언' 톱뉴스 다음으로 불거지면서 커져가고 있었다. 우선 그 원문부터 살펴봐야 얘기의 자초지종을 알 것 같아 다시 영화를 돌려봤다.  '내부자들' 영화에서 탤런트 백윤식은 언론인으로 출연해 "어차피 민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라고 말했다. 영화 내부자들 줄거리는 재벌과 조폭 그리고 검찰까지 연관되는 보다 높은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들의 얘기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지난 7일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맹비난했다. 논평에서 "나 정책기획관은 99%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자신은 1%가 되려는 정신 나간 고위공무원"이라며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사과를 발표하고 물의를 빚은 공무원은 대기발령 조치 후 경위를 조사해 중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정책관의 자리는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러니까 교육부 전체로 불똥이 튀는 것도 이제는 시간문제다. 

다시 영화 내부자들로 들어간다. 영화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의 뒤에 뒷거래의 판을 짠 이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등장해 검사와 깡패가 의기투합해 현실에 없는 통쾌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최근 유명대사중 하나인 안상구역 이병헌의 명대사중 몰디브에서 모히또 칵테일을 마시자는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마실까요?"일 것이다. 여기에 그를 이용하는 이강희역의 백윤식은 명대사는 "끝에 단어 3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 진다'로" "말이 곧 힘이고 권력이여 조간신문 나올때 됬구만."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영화가 끝나면 알겠죠. 지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었다는 걸...."등의 언어유희를 벌인다.

그러니까 이번 나 정책관의 그것도 여기서 멀지 않다. 아마도 그는 공무원이 국민 세금으로 서비스하는 서번트(Civil Servant)라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비단 교육공무원 뿐만 아니다.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공무원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다. 나랏돈이 자기돈인줄 알고 막 써대는 사람부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동원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공무원 본연의 자세를 잊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이 판에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라는 표현은 또 무엇인가. 비단 야당의 공세중 "은연중 또는 노골적인 자기 고백들은 우리 사회의 어둠과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표현자체가 문제가 될 줄 몰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자신이 중앙 유력지의 백윤식 논설주간쯤으로 착각을 했으면 모른다. 평소에 언론에 대한 과신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 수 있다. 언론사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도 가려해야 하겠지만 말이 씨가 되어 결과가 얼마나 참혹하게 만들어 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실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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