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가 ‘폐광의 기적’을 이뤄낸 광명동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고 있다.

광명시는 근대산업시설을 동굴테마파크로 탈바꿈 시키는 등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 시킨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문화재에 대한 순수한 목적으로써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찬성론자와 일제시대 수탈현장에 대한 옹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광명동굴이 문화재 가치로써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에 적합한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부끄럽고 치욕스럽더라도 역사 교육현장으로 가치 충분”

찬성론자들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역사 교육현장으로써의 가치성을 봐줘야 한다는 것과 역사·정치적 해석을 걷어낸 순수 문화재로써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범 경기문화재연구원 본부장은 “문화유산을 말살한다고 해서 아픈 과거들이 치유되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광명동굴이라는 유적을 통해 역사의 교육현장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살펴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명시도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최봉섭 광명시 테마개발과장은 “광명시는 광명동굴을 근대산업 유산터로 생각해 재활용 한 것”이라며 “일제 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산업역군들이 일을 했던 장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폐광을 문화유산 복합공간으로 재활용한 측면에서 유네스코에 얼마나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부분만 보려고 한다”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 아닌 산업시설에 대한 부분을 조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징용과 수탈을 받았던 장소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반대론자들은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우리가 지난해 일본이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을 때 왜 반대한 것이냐. 광명시는 그 반대의 의미를 도외시 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을 막연하게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이천시립박물관 학예사는 “일제감정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을 근대산업화로 미화시켜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것은 부끄럽고 옳지 않은 일”이라며 “산업화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식으로 미화하는 것은 친일행적을 옹호했던 논리와 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해 일본에서 일제감정기 당시 대표적 징용시설인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들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 정책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 적합성은 ‘글쎄’

일부 학자들은 광명동굴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의도에 대한 해석보다 그 동굴의 가치가 문화유산으로써 적절한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그 장소가 갖는 의미를 먼저 따져보고 등재 기준에 충족하는 공간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그러나 광명동굴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지방정부에서 역사, 문화 공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하는데 이 공간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등재에만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광명동굴이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보존할 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변상호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은 인류 전체의 보편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있어 광명동굴이 그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의현·최홍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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