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605억 투입된 율현터널… 철도시설공사 '無 안전대책' 일파만파

우리나라 최장 터널인 율현터널(50.3㎞)은 KTX 수서~지제 노선(61.1㎞)와 GTX 삼성~동탄 노선(39.5㎞)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터널로, 4년여 동안 3조605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KTX와 GTX 노선 개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사각지대, 율현터널 =

지하 50m에 위치한 율현터널은 50.3㎞로,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 사람이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대피시설은 16곳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피시설은 1.6㎞ 마다 있게 된다.

평균 보행속도가 5㎞/h이지만 재난상황인 점과 거동이 불편한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40분~1시간 가량 걸어가야 대피할 수 있다..

재난·사고 발생 시 구조차량이 진·출입할 있는 시설은 지제역 뿐이어서 만약 수서역 인근에서 사고가 난다면 긴급차량이 사고지점까지 도착하는데 4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제3-2공구 용인정거장 3아치 터널의 천장에 최대 35mm의 균열이, 인근 벽면에는 약 70m 길이의 균열이 발생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나흘 뒤에야 국토교통부에 보고해 4월 18일 내부보강을 완료했지만 다음날인 19일 약 30m 떨어진 부근에서 2차 균열이 또다시 발생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터널에 2차례 균열이 발생한 바 있다”면서 “균열 발견 즉시 보강을 완료해 지금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율현터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KTX와 GTX 열차의 배차간격이 1분으로 지나치게 짧은 점과 GTX 차량이 터널을 지날 경우 출입문과 창문이 파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KTX 수서~지제 노선, 12월 개통 가능할까=

율현터널은 KTX 수서~지제 구간의 82.3%를 차지하는 지하터널이다.

이 터널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노선 개통 자체가 늦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감사원 등에서 거론된 문제점 가운데 구조차량의 터널 진입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우선 차량을 지상에서 지하로 옮기기 위해서는 ‘카리프트’ 등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지 매입의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카리프트’가 설치된 부지는 시설공단이 매입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부지매입 기간이 1~2년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카리프트’는 내년이 지나서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터널 내 차량운행을 위해 구조를 개선하려면 설계 변경까지 해야 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데도 시설공단에서는 차량 진입과 운행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만들어 놓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열차 자체가 불이 붙지 않는 단열재로 만들어진다”며 “최악의 터널 사고를 가정하더라도 안전하게 설계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또 “율현터널의 역사와 각 수직구가 사고발생시 지하철 역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GTX 삼성~동탄 노선, 개통 영향 받나 =

2021년 개통되는 GTX 삼성~동탄 구간(39.5㎞)은 율현터널을 KTX와 공동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수서부터 성남·용인·동탄 구간이 율현터널로 이뤄져 있다.

전체 구간의 75.2%를 율현터널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율현터널에 문제가 발생하면 GTX 삼성~동탄 구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GTX 개통이 4년여 남아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등에서 GTX 개통과 관련해 아무런 내용을 받은 바 없다”면서 “다만 율현터널에 안전 문제점이 나온 이상 GTX 개통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개통이 4년여 남아있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라면서 “GTX 개통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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