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의 82% 차지 율현터널, 균열 발생·대피시설 미흡...화재땐 진입역사 지제역뿐
카리프트 재활용 대안냈지만 12개 중 7개 이미 철거...GTX 삼성~동탄도 차질 불가피

▲ 국내 최장 철도터널인 율현터널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긴급차량 진출입 통로가 없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게 27일 오후 화성시 동탄인근 율현터널 공사차량 출입로에 카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노민규기자
연말 개통 예정이었던 KTX 수서~지제 노선(61.1㎞)이 안전상 문제로 또 다시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선의 82.3%를 차지하는 율현터널(50.3㎞)에 균열이 두 차례 발생했고, 화재 발생 시 대피시설 미흡 등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율현터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GTX 삼성~성남~용인~동탄 노선(39.5㎞) 개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율현터널 공사구간 중 한 곳인 동탄역사 인근의 공사차량 진·출입로(작업구·KE).

굴착기 등 대형 차량이 지하 30m 아래의 터널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설치된 ‘카리프트’가 장시간 방치돼 녹이 슬어 있었다.

‘카리프트’는 율현터널에 총 12곳이 설치돼 있으며, 터널 공사가 마무리되면 철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50㎞가 넘는 터널에 소방차 등 긴급구조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지제역 한 곳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예컨대 수서역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긴급구조 차량은 지제역을 통해 터널로 진입해야 한다.

지제역에서 사고현장까지 이동시간은 4시간 가량 소요된다.

터널 중간중간에 긴급차량이 진·출입할 수 있는 통로인 ‘경사갱’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같은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카리프트’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12개 카리프트 가운데 7개는 이미 철거가 진행돼 활용이 불가능하며, 실질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카리프트는 2~4개에 불과했다.

카리프트를 통해 진입한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12~20㎞ 구간 마다 화재진압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차량이 터널을 통해 진입한다고 해도 운행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KTX 등 열차 운행을 위해 레일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화재나 사고 발생시 현장까지 직접 구조원들이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원래 카리프트를 철거하고 되메우기 작업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감사원의 지적으로 현재 작업이 보류된 상황”이라며 “터널 안에 레일이 깔려 있어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탈출구 역시 16개에 불과한 점과 고속으로 운행하는 KTX와 GTX의 열차 배차간격이 1분인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치현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터널에서 재난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차량이나 구급차량이 신속하게 접근해야 한다. 수직구 외에 안전시설은 꼭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국철도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KTX가 운행중에 사고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면서 “카리프트를 통해 차량이 내려가는 것보다 수직구를 통해 구급대원이 내려가는 것이 더 빠르며 수직구는 16곳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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