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골프·농축산업계 "부정적" VS 경제·시민단체 "긍정적"
친구끼리도 법 눈치 볼 판…특권층이 정책좌우 행태 종식

▲ 28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 고가의 한우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을 합헌으로 결정하자 유통업계, 한우농가, 골프업계, 외식업계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은 대체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경우 향후 업무방향 설정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유통업계는 일명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알려지자 “시장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김영란법 내용은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한 시행령 부분이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 미만일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지역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위축 심리를 고려, 이미 선물셋트를 3만~4만 원대로 구성했다.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농축산업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업계는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임한호 경인축협조합장협의회장은 “농축산업계에서 주장한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농축산물을 뇌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먹고사는게 걱정이다. 앞으로 수입축산물이 득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열 김포파주인삼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인삼 산업 자체를 포기한 결정이다. 선물용의 경우 홍삼제품은 가격대가 7만~8만 원대, 수삼은 10만 원대가 가장 많이 팔리는데 쪼개서 팔 수도 없다.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 28일 오후 이달 중순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합
골프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친구나 친인척 관계로 골프를 칠 때도 법을 의식해야 한다면 내장객 수가 줄어들어 당분간 골프장 업계는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특색있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만~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업계는 경제위축 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큰 틀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은 “경제계는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심옥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회장은 “법 취지를 존중한다. 다만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 농림축수산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환영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 영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공직 또는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특권층과 공무원, 돈 가진 사람들이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국민적 결단을 헌재도 적극 수용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지금껏 합헌 결정을 예측했다면서도 향후 업무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헌재에서) 원안대로 통과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기대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현업에서 대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남춘·신병근기자/bg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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