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골프·농축산업계 "부정적" VS 경제·시민단체 "긍정적"
친구끼리도 법 눈치 볼 판…특권층이 정책좌우 행태 종식
유통업계는 일명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알려지자 “시장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김영란법 내용은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한 시행령 부분이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 미만일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지역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위축 심리를 고려, 이미 선물셋트를 3만~4만 원대로 구성했다.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농축산업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업계는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임한호 경인축협조합장협의회장은 “농축산업계에서 주장한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농축산물을 뇌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먹고사는게 걱정이다. 앞으로 수입축산물이 득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열 김포파주인삼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인삼 산업 자체를 포기한 결정이다. 선물용의 경우 홍삼제품은 가격대가 7만~8만 원대, 수삼은 10만 원대가 가장 많이 팔리는데 쪼개서 팔 수도 없다.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특색있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만~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업계는 경제위축 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큰 틀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은 “경제계는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심옥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회장은 “법 취지를 존중한다. 다만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 농림축수산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환영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 영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공직 또는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특권층과 공무원, 돈 가진 사람들이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국민적 결단을 헌재도 적극 수용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지금껏 합헌 결정을 예측했다면서도 향후 업무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헌재에서) 원안대로 통과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기대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현업에서 대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남춘·신병근기자/bgs@joongboo.com
관련기사
- '김영란법' 9월 28일 본격 시행…"400만명 이상 적용" 헌법재판소는 28일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시행령 확정 등 후속 작업을 거쳐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공무원을 비롯한 이 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해관계자 400만 명 이상은 법 시행과 동시에 상당한 영향...
- [김영란법] 공무원 자녀 결혼때 동창회 회칙보다 많은 경조사비는? 헌법재판소의 28일 합헌 결정에 따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식사비용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동안 사회 생활이나 인간 관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졌던 사항들도 자칫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어 구체적인 사례의 해석을 놓고 합법이냐 위법이냐를 놓고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
- [김영란법] 한국기자협회, 비판언론 재갈 물리는 法... 악용 소지 충분 한국기자협회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대해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잘못을 바로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헌법소원을 냈으나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면서 “앞으로...
- 한정식집 간판 갈고, 호텔은 3만원 메뉴 개발 일명 '김영란법'이 사실상 원안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식업계가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한정식집이다. 몇년 사이 한식을 외식으로 즐기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데다 상대적으로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고가의 메뉴 위주로 제공되는 곳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도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