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고·김포제일공고 등 방위·행정동명·일식 한자어 식민지 잔재 분류
동문회마다 "전통훼손" 반발..."이름 바꾼다고 역사 바뀌나"

일제식민지 잔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경기지역 각급 학교명 교체를 추진하겠다는 이재정 교육감발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명 교체 추진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 동문들이 잇따라 반발하는 등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이 일제강점기 잔재라고 주장하면서 학교명 변경 대상으로 분류한 도내 초·중·고등학교는 숫자는 1천1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학교명 교체 대상 인터넷 중부일보 참조

도교육청은 ▶동서남북 등 방위작명 ▶행정동명 ▶일본식 한자어 ▶서열주의식 등의 학교명을 일제식 잔재로 분류하고 있다. 중부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명변경 캠페인 대상 학교는 모두 1천165곳에 달한다.

예컨대 행정동명에 따라 교명을 지었다는 학교로 분류된 곳은 가평초등학교, 부천 내동중학교, 수원여자고등학교 등이다. 또 수원북중학교, 광명남초등학교, 성남서고등학교 등은 ‘북·남·서’ 때문에 교명 변경 대상에 포함된 케이스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교육청의 ‘학교명을 부탁해’ 프로젝트에 대해 각 학교 동문회 등은 ‘학교 전통을 훼손한다’며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허성호(71) 수원북중 총동문회장은 “학교명은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새겨야 하는 정체성의 표본이다. 무슨 명분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수원북중의 명칭은 66년 간 뿌리뻗어 왔다. 도교육청의 주장대로라면 ‘동서남북’이란 용어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치에 맞지 않는 도교육청의 프로젝트는 학교의 자율의사를 떠나 동문들의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학교명 개명은 3만8천명의 수원북중 동문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호준(58) 부천북초 총동문회장은 “개교 100년을 앞두고 학교명이 바뀌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학교명을 변경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발상에 모든 학교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흠(58) 김포제일공고 전 총동문회장은 “‘제일’의 의미는 일제식 잔재와 무관하다. ‘으뜸이 되자’는 뜻으로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라며 “숭고한 학교명이 바뀌면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박낙원(56) 성남서고 총동문회장은 “성남지역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성남서고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 1만9천여명 동문들에게 즉시 ‘저지 알림문자’를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명 변경은 학교별 자율적 선택에 달려 있다”며 “개명을 원하는 학교에 대해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칠 계획이다. 일제 잔재식 학교명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병근기자/bg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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