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마치 원점으로의 회귀를 앞두고 있다. 열흘 전 무렵,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열고 초선 의원 6명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관련 방중(訪中)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물론 관심을 모았던 방중 관련 의원 간 토론은 없었다.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의 사전 조율에 따라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더민주는 일부의원이라 해도 심한 질책을 듣기에 이른다. 그간 사드 신중론을 주도했던 김종인 대표가 의총 모두 발언에서 사드 반대 당론을 요구하는 강경파를 작심하고 비판한 일이다. “외부로부터 ‘더민주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갈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당신들의 지적인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당원들 일부 생각에 더민주 태도가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맞지 않더라도 집권이 중요 과제이기 때문에 당을 이런 식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발언중에 김 대표는 의원 중에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암시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당부했다. 사실 그의 말처럼 관행에 젖은 대로 당을 운영하면 그도 편하고 그냥 그렇게 당은 굴러간다. 하지만 이미 나라의 전체 상황이 변화하고 있고 세계가 변화하고 있으면서 언제부터인가 더민주는 당의 목적을 잊고 산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권교체라는 큰 명제다. 조만간에 있을 일이다.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당을 운영해선 국민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박한 그의 말에서도 정권교체라는 숙제는 더민주에게도 당면한 문제다. 물론 이런 김 대표의 쓴소리는 더민주 121명 의원 중 60여 명인 절반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김 대표의 이런 얘기가 그러니까 더민주 의원들의 마치 개인적인 지적 호기심이나 만족을 위해 당이 존재(存在)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말에 절대 동의하고 있다.

사실 김 대표의 공은 알다시피 여소야대를 만든 20대 총선 승리다. 이는 마치 수년간 큰 선거마다 고꾸라졌던 야권 승리에 마치 물꼬를 튼 것이나 다름없다. 중진의원들도 이러한 김 대표가 더민주에 들어오면서 확실한 ·안정성을 이루고 있다는 자평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미 김 대표는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계가 동요했지만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년 정도 유예 기간을 갖고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나치게 과장해서 볼 필요가 없다는 단언을 했다. 그리고 얘기는 실제로 그렇게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뭐가 잘못되었는가. 결국 국민들 중에는 이때 더민주를 다시 봤다는 평가도 했다. 모두 김 대표의 통찰력 때문이다. 물론 리더십이 권위적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지만 어디까지 득과 실을 따지면 이 또한 지나갈 소지가 충분하다.

이런 김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더민주는 과거로 돌아갈 소지가 많다. 그것은 춘추전국의 그 모양새외 비슷할 것이다. 저마다 창과 방패를 들고 뛰어 나올 것이고 결과는 보나마나다. 확실히 그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야당에서 그간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을 적지 않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것은 진작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했어야 할 액션중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제대로 된 선수를 알아주는 법이 없다. 결과론적으로 많은 기존 야당 지도자들이 당 내부에 잘 보이려고 괜한 힘까지 쓰며 난리를 쳤어도 김 대표 한 명이 욕을 먹으면서 성과로 이은 것과는 많은 대조를 보인다. 그가 당원들에게 엄한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문기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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