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범벅 제철소 직원들 제빙기·아이스크림으로 더위 식혀
25kg 방화복 입고 불길 뛰어드는 소방관들 '이열치열' 체력 관리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 주차요원들 '헉헉'…"휴식만이 살길"

1천500도의 고로에서 일하는 제철소 근로자,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아스팔트 열기와 싸우는 주차요원, 무거운 방화복을 입고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찜통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작은 영웅'들은 사명감 속에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과일, 생수, 식염포도당, 이온음료 등은 잠시나마 더위를 가시게 하는 이들의 필수품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운동으로 폭염과 싸우기도 한다.

◇ 25㎏짜리 방화복 입고 불길 속으로…쉴 때도 땀 흘린다

수은주가 35도까지 치솟은 지난 23일 오후 청주 동부소방서.

소방관들은 소방차 등 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얼마후 비상 사이렌 소리가 소방서가 떠나갈 듯 요란하게 울렸다.

긴급출동 지령이 떨어지자 소방관들은 화마와 싸울 전투태세를 갖췄다.

비좁은 소방차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방호 헬멧과 특수방화복을 착용하고 안전화로 갈아신었다.

공기호흡기, 연기투시기, 무전기까지 착용하고, 메고, 들어야 할 장비의 무게는 20∼25㎏에 달한다.

▲ 출동준비를 하는 김인상(47) 소방위의 모습. 연합
장비들로 완전히 무장한 채 아파트에 도착한 소방관들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행히 큰불이 아니어서 10분 만에 진화 작업을 완료하고 소방서로 복귀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 하루에 2∼3차례 출동을 반복하다 보면 체력 소모는 상당하다.

헬멧을 벗자마자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서, 막 세수를 한 것처럼 그을음과 뒤섞인 땀방울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통풍이 안 되는 특수방화복은 체력 고갈을 부추긴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평상시 체력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동부소방서 대원들은 함께 모여있는 시간에는 항상 족구와 미니축구로 체력과 함께 팀워크를 기른다.

출동이 없는 시간에는 개인 운동기구로 몸을 만들기도 한다.

팀을 이끄는 김인상(47) 소방위는 "소방관들은 기초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평상시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며 "장비를 갖추고 출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항상 운동하는 편"이라고 활짝 웃었다.

◇ 1천500도 고로에서 '헉헉'…아이스크림과 제빙기가 '최고'

▲ 당진제철소 고로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연합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쇳물을 받아내는 작업을 하는 주상(柱上)으로 올라가자 곧바로 찌는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1천500도의 쇳물이 출선구를 통해 용광로 밖으로 콸콸 쏟아져 나온다.

쇳물이 굳어 버리면 쇳물이 흘러가는 통로인 '대탕도'를 막거나 흐름을 원활치 않게 한다.

은색의 방열복을 입은 직원 허재종(40)씨는 긴 막대로 탕도 가장자리에 살짝 굳어 있는 쇳물을 부순다.

1천500도 쇳물이 흘러가는 통로의 바로 옆이다. 방열복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입어야 한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쇳물 옆에서 일할 때는 입는다.

여름철에는 회사 측이 직원들의 안전관리 차원에서 더위를 이겨내라고 아이스크림과 과일, 식염포도당 등을 지급한다.

다른 작업장도 그렇지만 고열 작업장에는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체온을 낮춰주는 기능이 있는 작업 셔츠를 지급하고, 혹서기 작업자 건강점검 등을 병행한다.

고열작업이 이뤄지는 곳에는 제빙기를 설치했다. 모두 65대다. 고로 쇳물과 씨름하고 운전실로 들어온 직원은 땀범벅이다.

운전실은 다른 곳보다 더 시원한 상태로 온도를 관리한다.

▲ 당진제철소 고로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연합
불 옆에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물 한 모금과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다.

제철소 직원들을 위해 하루에 지급하는 아이스크림만 1만3천여개. 특별한 작업이 진행되면 과일도 지급한다.

고로처럼 1철500도가 넘는 쇳물을 다루는 고로공장, 1천200도 온도에서 철판을 생산하는 열연공장.

이들 공장의 근로자들도 폭염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사투를 벌인다.

◇ 빽빽한 주차 전쟁터에서 살아남기…"충분한 휴식"

주말 부산에서 차량이 많이 몰리기로 손꼽히는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일대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몰려있는 곳이다.

센세계백화점과 센텀시티몰 주차장을 관리를 대행하는 업체에는 주말마다 비상이 걸린다.

올여름은 유례없는 폭염 탓에 주차요원 관리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무 인원은 관리자를 포함해 모두 98명으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27명이 추가된다.

이들이 관리하는 차량은 주말 하루에만 최대 1만5천대 수준.

▲ 폭염속에 주차업무에 나선 근로자. 연합
기존에는 1시간 20분 근무하고 40분 휴식하는 체계였으나 올여름에는 30분 근무하고 30분 휴식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하 3층, 지하 1층, 야외 컨테이너에 마련된 휴게실에는 수박 등 과일, 이온음료, 생수 등이 준비돼 있다.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건강관리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지만, 폭염 앞에 장사는 없다.

지상 1층 주차장 입구의 근무자는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 잠시만 서 있어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근무 2년차로 입사 이후 두 번째 여름을 맞은 정덕영(25) 사원은 "작년 여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폭염이 심할 때는 숨을 쉬기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마시는 물이 500㎖ 정도에 불과했던 정씨는 요즘 2ℓ 이상을 마신다. 체중도 2㎏ 줄었다.

회사 측은 매일 오전 조회 때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이 보이면 귀가나 근무교대 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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