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사랑으로 고난을 극복한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는 행복한 결말이 펼쳐진다. 하지만 평범한 연인들이 사랑을 이루고 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사랑에 빠지는 놀랍도록 기이한 첫 만남부터 점차 시들해지고 서로를 운명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별까지 연애의 심리와 메커니즘을 철학적 사유로 풀어낸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다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한때 열렬했던 사랑이 일상의 범주에서 어떻게 지속되는지 현실적인 논의를 펼친다. 영원을 약속한 연인, 라비와 커스틴은 함께하는 기쁨보다 혼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며 뜨거웠던 사랑의 균열을 겪는다. 알랭 드 보통은 모든 연인들이 직면하는 이런 문제가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흔들리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낭만주의적 결론이나 사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관론적 입장이 아닌, 지금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지속시킬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한다.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는 그의 통찰은 유연한 사랑의 방식을 제안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과 오래 함께하는 삶을 꾸려낼 용기를 선사한다. 값 1만3천500원.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