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의 녹조실종 현상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국내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기현상이다.

팔당호 수질 관리 업무를 20년동안 해온 공무원조차 난생 처음 보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정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염설과 물벼룩설 두 가지 가설이 나오고 있지만, 녹조가 뒤덮은 낙동강·금강 등과 비교하면 가설이 성립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남조류도 삼켰다” VS “물벼룩이 남조류가 증식을 막았다” =

팔당호 녹조실종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이상 고온 영향으로 유해남조류 자체가 증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과 유해남조류를 먹이로 삼고 있는 물벼룩이 급격히 늘어 유해남조류가 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자의 근거는 유해남조류가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는 수온이 25~30℃이지만 이 이상일 경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김동우 경기도수자원본부 전문위원은 “유해남조류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은 수온, 일사량, 영양염류, 체류기간 등”이라면서 “일사량이나 영양염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수온과 체류기간이 예년과 달라 이 점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온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 물벼룩 등 다른 요인이 유해남조류 억제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수온만 놓고 계산하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해답이 안된다”면서 “그래서 물벼룩 등 남조류를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대량으로 늘어나 녹조 발생을 막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온’·‘물벼룩’, 녹조실종 근거로는 빈약해 =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이 주장하는 수온과 물벼룩이 이번 녹조실종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수온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팔당호의 이달 수온이 지난해 같은 기간 수온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8월 첫째주 팔당호의 수온은 25.6℃였다. 이후 둘째주에는 29.8℃, 셋째주에는 30.0℃였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28.5℃, 30.4℃, 29.5℃로 비슷해 수온이 녹조실종의 근거로는 빈약하다.

반면 유해남조류를 포함한 조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물벼룩이 유해남조류를 먹고 있다는 가설도 말이 안된다.

팔당호에 발생한 조류(남조류·규조류·녹조류·기타)는 8월 첫째주 6천160cells/㎖에서 둘째주 6천417cells/㎖, 셋째주 1만5천338cells/㎖로 늘어나고 있다.

즉, 유해남조류를 포함해 조류를 먹이로 삼고 있는 물벼룩이 유해남조류를 먹어 녹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가설은 성립이 안된다.



▶환경당국 “원인 규명 시작했지만…”= 경기도수자원본부는 이례적인 팔당호 녹조실종에 내부적으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지만 짧은 시일안에 밝혀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팔당호로 직접 와서 현장을 확인했다”면서 “당시 이례적으로 팔당호가 맑은 이유에 대해 물었고, 본부 차원에서도 궁금해 자체적으로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경부나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녹조실종에 대해 문의해봤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라면서 “낙동강 등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및 경기도, 공공·민간연구소 등에서도 이 같은 사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이 없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30℃에 이르는 높은 수온과 유입량 감소(하루평균 3천161만톤→2천608만톤→ 2천413만톤) 및 체류기간 증가(7.7일→9.4일→10.1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김만구·이복진·오정인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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