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남조류 감쪽같이 사라져...기록적 폭염,가뭄 속 기현상
팔당호는 매년 이맘때면 유해남조류가 수면을 뒤덮어 '녹조라떼'처럼 변했던 곳인데,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유해남조류 개체수가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영남 경기도수자원본부 팔당상수원 관리팀장은 "팔당상수원 수질 관리 업무만 20년 동안 했는데, 이 시기에 (팔당호)물이 이렇게 맑은 것은 처음"이라며 의아해할 정도다.
팔당상수원에서 유해남조류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녹조실종' 현상이 나타나자 환경당국은 원인 파악에 나섰고,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수자원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팔당호에 조류경보는 단 한차례도 발령되지 않았고, 유해남조류 개체수도 감소하고 있다.
환경당국은 팔당댐 인근(댐 앞), 북한강 합류지점(팔당호 삼봉지점), 남한강 합류지점(부용사 앞) 3곳의 측정지에서 유해남조류 개체수를 실시간 측정한 후 가장 높은 값을 기준으로 조류경보를 발령한다.
유해남조류 개체수가 무려 5배 넘게 감소한 것인데, 매년 이때쯤이면 팔당호의 녹조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녹조 유해성 논란을 불러왔던 것과 비교해보면 전례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해남조류 이상 감소 현상 덕분에 8월 들어 팔당상수원에 발령된 조류경보 일수는 '0'일이다. 지난해에는 8월 19일 발령된 주의보가 43일 동안 지속됐고, 2014년에도 8월 5일부터 28일까지 25일간 주의보가 발령됐다.
유해남조류 개체수 감소 원인은 미스터리다.
유해남조류 증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평균 수온이 지난해보다 낮거나 비슷하고, 물 유입량도 2014년보다 감소했는데도 유해남조류 개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평균 수온의 경우 지난해 8월에는 첫째주 28.5℃, 둘째주 30.4℃, 세째주 29.5℃였다. 올해 첫째주 수온은 25.6℃로 지난해보다 2.0℃가 낮았고, 둘째주와 세째주는 각각 29.8℃와 30.0℃로 비슷했다.
물 유입량도 8월에만 25일간 주의보가 발령됐던 2014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2014년에는 3주 연속 3천642만2천t이 유입된 반면, 올해는 첫째주에 3천161만8천t으로 5천300여t이 감소했다. 둘째주와 세째주에는 각각 2천608만6천t과 2천413만8천t으로 유입량이 더 줄었다.
환경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팔당호에서 나타나고 있는 녹조실종 현상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유해남조류 증식에 필요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물벼룩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라는 물벼룩설과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서 유해남조류 증식을 억제했다는 폭염설이 나오는 정도"라면서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 "남조류는 수온이 25℃ 이상에서 잘 성장하지만 단순히 온도만으로 생육, 증식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환경이 맞아야 생긴다"면서 "팔당호의 경우 이런 부분이 충족되지 못해 남조류 성장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송철민 팔당호수질정책협의회 연구원은 "팔당댐 녹조가 예년보다 덜 한 것은 물벼룩 개체수가 증가한 가능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온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구·이복진·오정인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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