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여 열대야 현상은 가셨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웃돌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때즘 모든 가정에서는 지난 달 전기요금을 걱정하게 된다. 바로 누진제로 인함이다. 벌써부터 일반과 누진제를 적용한 가정의 요금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예가 알려지면서 한전에 대한 원망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중인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산하의 지사들이 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받기 위해 고객평가점수를 후하게 줄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서한을 시민들에게 대거 발송해 말썽이다. 도무지 정신 있는 조직의 행태로 보기도 어려운 이번 일을 헤프닝 정도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꼼수로 여겨야 할지 조차 난감한 판이다.

이미 한전 경기지역본부 산하 14개 지사 중 수원, 안양 등 9개 지사들은 이달 들어 관할 개인주택을 중심으로 지사장 명의의 서한을 발송하고 있는데 본보가 확인한 바로도 현재 수원지사 800여 통, 안양지사 5천여 통 등 9개 각 지사별로 수백∼수천통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전해 받은 주민들로부터 어이없다는 반응을 얻고 있을 정도다.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뭘 어떻게 격려를 해 달라는 것인지 참 기가막힐 이 서한에는 공통적으로 ‘고객님이 10점 만점에 10점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8∼10월에 진행될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10점으로 격려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쯤되면 받는 사람 입장으로 보면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를 사게 하는 정도다. 간단없이 아주 더울때만 에어컨을 돌려도 누진제라는 오래된 죄목으로 요금폭탄을 내리면서 자신들을 위해 격려를 해달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처음에 이를 받아보는 주민들 대부분은 누진제로 인한 공지 정도로 알고 있다가 그 내용을 보고는 화가 치밀고 심지어 약을 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민들은 누진제 때문에 폭염에도 에어컨도 못 틀고 살고 있는데도 한전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으면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만점을 줄 것을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의 서한이라면 그 반응이 당연하다. 더구나 이러한 서한의 목적이 한전 경기지역본부 산하 지사들이 고객평가 점수를 잘 받아 점수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는 등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을 더하고 있다.

알려지기로도 한전은 고객만족도 평가가 성과급을 좌지우지 하는 까닭에 만족도 점수와 성과급 규모가 비례하니 평가에 목매는 것이라는 얘기다. 자연히 순위에서 하위권인 지사의 급여는 많게는 50% 이상 줄어들고 결국 자신들 성과급이 줄어들까봐 시민들에게 점수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본보가 이를 확인하려 취재하려해도 지금 경기지역본부는 이날 수원, 안양 외 서한을 발송한 나머지 7개 지사명과 서한 발송 세대 수 등에 대한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사 차원에서 활동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마음에 서한을 발송한 것 같다 해도 개념 없는 행위로 이미 비난 받고 있는 한전에 대한 여러 가지를 평가하게 해 주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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