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2시께 점심 급식이 종료된 수원시 권선구 소재의 한 고등학교 조리장에서 조리 종사자들이 잔반 처리를 하고 있다. 이 학교 조리 종사자들은 “조리장 내 열악한 환풍기 등 50℃까지 오르는 찜통더위 속에서 근무중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예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병근기자

경기지역 각급 학교들의 조리 종사자들이 경기도교육청의 급식 행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속되는 무더위에 식중독 발생 등 학생 건강을 우려, 조리장의 환경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도교육청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학교 조리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과 부산 등 전국 다수의 학교에서 식중독 증세가 잇따르자 도교육청은 뒤늦게 학교 급식시설 점검을 하고 있으나 대다수 조리 종사자들은 형식적 점검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있다.

이들은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 도교육청이 식중독 등 위생사고 대비를 위해 급식시설과 냉방기 가동 지원을 했어야 마땅하나 예산을 핑계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25일 현재 도내 각급 학교 급식실은 2천345개, 이용 학생은 155만800여명에 달한다.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 등 조리 종사자는 1만4천400여명으로, 이들 상당수는 최고 온도 50℃에 육박하는 ‘찜통 조리장’에서 근무중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식중독 예방을 위해 도내 학교 조리장 내부 온도를 18℃로 권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리 종사자들은 환풍, 냉방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외면한 현실성 없는 지침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수원의 한 교교에 소속된 조리종사자는 “조리를 시작하면 온도가 최대 50도를 넘는다. 열악한 환풍시스템, 높은 습도, 냉방기 사용제한 등은 식중독 발생조건인데 이를 개선해 주지 않는 도교육청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 학생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데 예산을 어디에 쓰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조리종사자 15명이 근무하는 수원시 권선구 A고교의 경우 중식 조리시간대인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2시20분까지 조리장 온도가 50℃를 넘고 습도는 80%에 달하지만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학교 조리 종사자는 “조리장 내 세척기 소음이 극심하고 화상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조리 종사자들의 집중력이 흐려져 식자재 관리 소홀로 이어질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리종사자는 “너무 더워 하루에 세 번씩 옷을 갈아 입지만 시간이 없을 땐 속옷에 휴지를 덧대며 일하고 있다”며 “환풍기가 제역할을 못해 숨이 막힐 정도다. 어려움을 알고 있는 도교육청은 외면하고 있다. 학생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 아닌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 B고교 조리장의 조리시간대 내부온도 역시 50도를 넘고 평상시에도 30도를 초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학교 조리장은 창문이 없어 통풍이 안되는 등 환풍시스템이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B고교 조리장 관계자는 “환풍이 안되다 보니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다. 도교육청의 실태점검은 하나마나인 듯 하다”고 말했다.

광명시 철산동 C고교의 경우 조리장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방기 가동을 하다 보니 교실의 정전사태가 이어지자 냉방기 가동을 크게 줄였다.

C고교 조리장 관계자는 “냉방기를 가동해도 35도까지 온도가 오르지만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며 “도교육청은 최근 식품비를 올려 급식 질을 높이겠다지만 노후된 환기시설 교체가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식중독도 예방하고 급식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시 오정동 D중학교 조리장 관계자는 “급식실이 없어 교실로 배식차를 운반하다 보니 폭염 속 식중독이 우려된다”며 “환기시스템 성능을 개선하고 환기시설의 청소와 수리비용 등을 도교육청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식중독이 발생하면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시설점검을 당초 계획날짜 보다 앞 당겨 24일부터 시행중이다. 조리장 시설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신병근·안원경·허지성기자/bgs@joongboo.com

영상=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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