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금강 뿐만 아니라 인근 용인 기흥저수지에서도 녹조현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데 반해 팔당호에서만 유독 녹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강우량과 상류의 물 방류 등 다양한 가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팔당호 인근 주민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수초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조류 감소하는 가운데 유해남조류만 이상증식 =
25일 경기도수자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팔당호에 발생한 유해남조류는 ㎖당 448개로 지난 16일 78개보다 소폭 늘어났다.
반면, 유해남조류를 제외한 일반남조류는 1만4천개에서 520개로 26.9배(1만3천480개) 감소했다. 규조류는 160개→20개, 녹조류 1천개→500개로 줄어들었다.
전체 조류 수에서는 1만5천338개에서 2천68개로 6.2배(1만2천870개) 감소하는 등 조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지만 유독 유해남조류만 증가했다.
유해남조류도 조류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다른 조류가 감소한다면 유해남조류도 줄어들어야 하는 게 통상적이어서 이번 증식이 이례적이라는 판단이다.
경기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유해남조류가 일반조류와 특별하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증감은 비슷한 패턴을 보여야 하는데 이례적으로 늘어났다”면서 “다만 조류들 사이에서 증식 조건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이상증식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녹조실종은 여전…원인은 불분명 =
유해남조류가 지난 16일 대비 일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류 경보제의 첫 단계인 ‘관심 단계’(㎖당 1천 개 이상) 수준 밑으로 팔당호는 ‘맑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당국과 학계 등 전문가들은 강우량, 물 방류 등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최영균 대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온도, 일사량, 영양염류 외에도 질소와 인이 유해남조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강수계에 국지성 호우가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이정훈 활동가는 “강우량으로 인해 상류댐에서 방류량이 늘어났으며, 팔당댐에서 지속적으로 방류했기 때문에 녹조가 사라진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경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상류에 녹조가 없는 물을 많이 방류한 점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오히려 적게 내린 비가 녹조실종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영무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원은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물을 오염시키는 비점오염원이 팔당호에 유입되지 않고 있다”면서 “팔당댐은 물 자체가 맑고 공공하수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점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가설의 근거가 제시한 강우량과 방류량(유입량)은 녹조가 발생했던 지난해와 2014년보다 비슷하거나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안된다.
팔당호 인근인 남양주 퇴계원면 일대 강수량의 경우 8월1일부터 25일까지 기준으로, 올해에는 37.5㎜가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지난해에는 99.5㎜, 2014년에는 133.5㎜로 더 많이 내렸다.
유입량의 경우에는 올해 같은 기간 팔당호에 556톤이 유입됐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 385톤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2014년 986톤보다는 적었다.
▶녹조실종 원인, 급증한 수초라는 가설까지 =
녹조실종의 원인으로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팔당호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수초(水草)가 원인이라는 가설까지 나왔다.
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수초와 녹조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라면서 “수초가 녹조의 발생 요소인 인을 흡수해 녹조가 사라져 물이 맑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녹조가 사라질 경우 수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돼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팔당호 인근에 최근 수초가 급격히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우명(79) 광주시 남태촌영어조합법인 조합장은 “1973년부터 44년째 팔당호 경안천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올해 수초가 가장 많이 자랐다”면서 “강 가장자리부터 한 가운데까지 수초가 2~3m 크기로 자라있다. 강변에도 수초가 어른 키만큼 자라 강에 접근하기도 힘들뿐더러 그물을 놓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송종구(58) 양평군 양서면 어촌계장은 “팔당호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데 붕어를 잡으려면 강 가장자리를 기점으로 3m 이내에 그물을 놓아야 하는데 수초 때문에 그물을 놓을 수가 없다”면서 “수초가 강 가장자리 수면 위까지 자라 칡넝쿨처럼 얽혀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심이 깊은 곳에 그물을 놓아 끌어올려도 3m짜리 수초가 엉켜올라올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김만구·이복진·조윤성·오정인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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