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그룹 비자금의혹 사건 등과 관련, 검찰 소환을 불과 수시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자 롯데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40여년간 근무한 그룹의 '산 역사'이자 '최고참 전문 경영인'으로,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아왔기 때문에 그룹의 심리적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당초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롯데그룹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 다수는 이 부회장이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출발해 오전 9시께 서초동 검찰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검찰청 입구 등에서 대기하고있다가 오전 8시 20분께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비보를 접했다.

 정책본부 고위 임원은 당황한 목소리로 "9시께나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호나 주변 정리 등에 신경쓰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지 모르겠다. 급히 그룹 본사로 복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출근 길에 휴대전화 등으로 속보를 확인한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임직원들도 굳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그룹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 수석급 직원은 "이인원 부회장은 50대부터 롯데쇼핑 사장을 맡을만큼 선후배들로부터 두루 능력을 인정받았고, 성품도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라 사실상 롯데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롯데 그룹 역사에서 오너가(家) 일원을 제외하고 순수 전문경영인으로서 '부회장' 직함까지 단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다른 임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빈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부회장을 총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부회장의 역량과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며 "청렴함도 항상 임직원들의 모범이 됐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여린 분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5일 밤 용산구 자택을 떠나 경기도 양평군서종면 한 산책로 부근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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