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7시께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2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어린 자녀 2명을 데리고 들어섰다. 2살 딸과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음식점에 들어선 아빠 오모(24)씨와 엄마 김모(22)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오씨 가족 4명은 다른 가족들처럼 음식을 주문한 후 1시간 가량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 자리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딸은 이후 진행될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는 듯 엄마에게 애교섞인 웃음을 보였으나 아들은 유난히 조용했다.
식사를 마친 오후 8시께 오씨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를 향했다. 계산 과정에서 식당의 여 종업원과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계산을 마친 오씨는 식당을 홀로 빠져 나갔다. 10분 후인 오후 8시 10분께 부인 김씨도 아이 2명을 남겨둔 채 식당을 나섰다.
어린 아이 2명만 남겨진 상황에서 아무도 돌아오지 않자 손님 A씨는 식당 종업원에게 “아이 엄마가 아이들에게 ‘아빠 찾아 올게’라고 말한 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후 오후 8시50분께까지 부부는 돌아오지 않았고, 식당 주인은 경찰에 “어린 아이 2명을 버리고 부모가 사라졌다”는 내용으로 신고했다. 신고 후 분당경찰서 소속의 경찰 3명은 아이들을 안고 부모 행방을 찾았으나 오씨와 김씨가 사라진 후였다.
이같은 정황은 중부일보가 단독 입수한 CCTV를 통해 확인됐다.
CCTV 확인 결과 식당 주차장에서 오씨는 자신의 승용차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등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후 차량을 운전해 유유히 사라졌다. 뒤이어 나온 부인 김씨도 빠른 걸음으로 식당 골목을 빠져 나갔다. 아이들을 식당에 버린 비정한 부모의 모습이 생생하게 CCTV에 담긴 것이다.
부모를 찾을길이 없어 일단 인근 지구대로 인계된 2명 아이들은 식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경찰들이 건네 준 소시지 빵 4개를 굶주린 듯 먹어 치웠다.
경찰은 CCTV에 촬영된 차량의 차적 조회와 5살 아이가 말한 강원도의 한 어린이집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부모를 찾는데 주력, 오씨와 김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 엄마에게 전화를 한 경찰은 당황했다. 엄마 김씨는 “내 아이가 아니다. 나는 경찰이 찾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몇 시간 전 벌어진 일을 부인했다. 아빠 오씨는 “애들 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겼다.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시 전화를 건 경찰이 “아동 유기사건으로 처리, 수사하겠다”고 말한 후에야 오씨는 자정이 넘어 지구대를 찾았다. 경찰의 경고로, 4시간이 지나서야 아이들을 찾으러 온 것이다.
자신들을 버리고 간 상황을 아는지 아이들은 몇 시간만에 본 아빠를 반가워 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씨는 경찰에게 “애들 엄마가 집을 자주 나간다. 그 일로 이날도 다퉜다. 아이들 엄마가 식당에 애들만 두고 나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모가 아이들을 찾아간 만큼, 별도의 수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몰라 아이들 집 주소를 확인해 뒀다”고 말했다.
백창현기자/bch@joongboo.com
영상=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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