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속에 남아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싶어 제 사건의 진상과 공범에 관한 것까지 자백하고자 합니다.”

인천 호프집 여주인을 살해한 주범이 9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까맣게 묻혔던 진실이 편지 한 통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07년 5월 21일 인천 남구 용현동 수봉공원 주차장에서 불에 탄 승용차와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여성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불에 탄 사체가 남구 도화동 호프집 여주인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장소 인근 편의점에서 마스크 등을 구입하고 피해자 신용카드로 560만 원을 인출한 A(43)씨를 붙잡았다.

A씨는 호프집 여주인에게 술을 마시자고 유인해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흉기로 두차례 목을 찔러 살해한 것으로 진술했으며 당시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년이 흐른 지난 5월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가 인천지검장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인천지검 강력부(박상진 부장검사)는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사건을 함께 저지른) B(45)씨가 옥바라지를 해 주기로 했는데 2년 만에 연락을 끊어 배신감과 무거운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사건 진상을 털어 놓기로 했다”며 “꿈에 호프집 여주인이 나타나 잠을 설치는 등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B씨가 특별한 친분관계도 없는 A씨에게 2년간 교도소에 영치금을 넣어 준 것을 확인했다. 이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A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을 의뢰해 거짓말탐지기와 임상심리평가 등을 거쳐 A씨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는 결과를 회신 받았다.

검찰은 2007년 5월 인천 호프집 여주인을 흉기로 살해하고 차량과 함께 시신을 불태운 혐의(강도살인)로 B씨를 30일 구속 기소했다.

사건 발생 9년 만에 살인사건의 또 다른 관련자가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호프집 여주인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 A씨에게 살해하도록 했다.

A씨는 자신이 경찰에 쫓기는 것을 알고 B씨에게 옥바라지를 부탁한 뒤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묻혔던 사건의 진실을 밝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호프집 여주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향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9년 동안 가려졌던 강도살인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주범으로 하여금 죄에 상응하는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다솜기자/radaso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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