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농업을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 농악(農樂)은 고된 농사로 지친 농민들의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이자,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민중음악이었다.

오랜 세월 민초들과 함께 해온 한국농악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 받고, 한국의 보물에서 세계의 보물로 거듭났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농악은 고루한 옛것으로 치부돼 젊은이들에게 잊혀져 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농악의 전통과 가치를 후대에 잇기 위해 노력하는 (사)화성두레농악보존회 안병선(70) 보존회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빠르고 신나는 음악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농악은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역동적인 판굿과 신명나는 가락을 한 번이라도 접해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올해로 일흔. 안병선 회장의 인생은 우리 가락과 함께해 왔다. 어렸을 적부터 마을에서 어른들의 농악 가락을 귀로 들으며 자라왔고, 별다른 악보나 가르침 없이 몸으로 받아들였다.

세월이 지날 수록 농촌 인구에서 젊은이들의 비율이 적어지며, 자신처럼 농악을 물려줄 후대가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는 뜻을 함께하는 몇몇과 함께 우리 소리를 기록하고, 전승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화성의 농악은 경기와 강원권을 아우르는 웃다리농악에 속하기도 하지만, 다른 웃다리농악에 비해 마지막 가락을 장식하는 막음새 부분이 더욱 신명나고 강렬한 특징이 있습니다. 가락이 끝날 때 자진가락을 한 번 더 넣는다든지, 세게 치는지 하는 형식으로요. 하지만 별다른 전승 체계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특성도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함께 묻혀질 것이라고 생각해 보존회를 만들기로 마음 먹게 됐습니다.”

농촌 곳곳에서 발품을 팔며 한 가락 한다는 어르신들의 소리를 채록하고, 장단과 몸짓을 녹화했다. 그렇게 자료를 모으고 집대성하는 과정을 거쳐 2009년 (사)화성두레농악보존회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화성두레농악은 30여 명의 상임단원을 비롯해, 지역 내 초등학교와 주민센터 등에서 그 명맥을 잇는 이들만 3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정기공연을 비롯해 연간 50회가 넘는 상설공연을 펼치며 화성의 가락을 시민들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은 태국·중국·키르기스스탄·베트남·오만 등 해외공연을 다니며 국위선양에도 일조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전국 웃다리농악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성두레농악만의 우수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개별 농악단체로써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셈이다. 안 회장의 다음 목표는 경기도문화재 지정이라고 한다.

“화성두레농악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화재 지정을 통해 민·관이 함께 전승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젊은이들이 화성농악과 함께하는 것이겠죠.”


신창균·황영민 기자/chkyu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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