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인천시 부평구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열린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후지코시 재판지원하는 호쿠리연락회의 만남'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수기업 후지코시 강제노동 피해자인 김은숙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윤상순기자
“이럴때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드네. 건강은 괜찮지?”

일제강점시 막바지 무렵 일본에 의해 강제노역을 겪은 할머니 3명이 20일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손을 붙잡고 인사를 나눴다.

‘후지코시 여자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후지코시 재판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의 70년만의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야 이들은 오랜만에 담소를 나눴다.

간담회에서 김은숙(82)할머니는 “이런 자리가 아니면 평소에는 만나지를 못한다”며 “이렇게 서로 생사를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인천에 사는 5명의 할머니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를 방청하기 위해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연락회’가 한국을 찾으면서 마련됐다.

호쿠리쿠연락회는 지난 2002년 3월 도야마, 이시가와, 후코이 등 3개 현을 중심으로 설립된 시민단체로 후지코시㈜ 강제노역 소송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원고단이 방일하면 일부 회원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후지코시 정문 앞 집회나 도쿄 거리투쟁 등에 동참해 왔다.

후지코시㈜는 54개 계열사를 거느린 일본기업으로 일제강점기에 1천 명이 넘는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가 노역을 시킨 일본 최대 전범기업이다.

지난 2014년 11월에는 강제노역을 당한 일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해 1인당 8천만 원에서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기도 했다.

할머니들과 후지코시㈜와의 싸움을 다큐멘터리로 찍고 있는 니시나카 세이치로(52)씨는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한·일 양국의 과거사는 외교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로 반드시 짚고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지만 아베정권은 이같은 역사적 사실조차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쟁으로 인해 민간인들과 어린 소녀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역사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에 왔다”며 “한·일 정부 양국이 할머니 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에 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 피해자 수는 7명이었다. 이 중 후지코시㈜와 관련한 강제노역 피해자는 4명이다. 하지만 지난 5월, 고령으로 강호순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6명만 남게 됐다.

김상우기자/theexodu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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