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끌어들여 특수렌즈를 끼고 사기도박을 하게 만든 뒤 미리 모의한 상대 도박꾼이 사기도박 사실을 적발한 것처럼 꾸며 지인을 협박, 돈을 뜯은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A씨(26)는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인 B씨(26)로 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특수렌즈를 끼면 패가 훤히 보이는 일명 목카드를 이용, 사기도박을 벌이는데 잔심부름을 해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다.

A씨는 안양의 H 모텔에서 벌어지던 사기도박에 참석했다. 문제는 B씨가 A씨에게 “렌즈를 계속 껴 눈이 아프니 대신 도박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발새했다. A씨가 도박판에 앉은지 20여분이 지나자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보이는 2명이 도박장에 들이닥친 것이다. 이들은 “A씨와 그 친구들이 특수렌즈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인다”며 “경찰에 신고해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하고 폭행했다. 결국 A씨 등은 1천300만원의 현금과 벤츠차량 등 금품을 이들에게 빼앗겼다. A씨 등은 이후 1년동안 현금 2천500만원을 추가로 상납했다.

이와관련, 경찰조사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B씨와 폭력 조직원들이 같은 일당이었던 것이다.

B씨는 총책인 곽모(28)씨의 지시아래 일반인들을 사기도박판으로 끌어들이고 조직원을 이용,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집책, 도박책, 바람잡이, 사채업자, 공갈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곽씨 등 4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 도주한 1명을 추적중이다.

곽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안양 H 모텔에 도박장을 차리고 A씨 등 3명을 상대로 1억원 상당의 현금과 차량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문적으로 사기도박을 벌이던 조직으로 사기도박을 하면 처벌받기 쉬워 일반인들은 경찰신고를 하지 않는 다는 점을 이용했다.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3명의 피해자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경찰 수사 직후 여전히 자신들이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창현기자/bch@joongboo.com

영상=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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