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대변인실 소속 공무원들은 요즘 시쳇말로 ‘멘붕’ 상태다.

최근 4년간 경기도청 출입기자 경조사비용으로 지출한 업무추진비 365만 원을 토해내라는 환수명령이 떨어져서다.

경기도는 22일 “행정자치부가 최근 대변인실에 배정된 업무추진비를 경기도청 출입기자 경조사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2013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반납하라는 시정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등에 대한 정부 종합감사를 실시한 행자부는 경기도(본청)외에도 수원·성남·고양·부천·화성·의정부·의왕·하남시 7개 시(市)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유로 3천902만 원을 환수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정부별로는 부천시가 2천194만 원(454건)으로 가장 많고, 성남시 830만원(165건), 하남시 355만 원(70건) 의정부시 93만 원(19건) 순이었다.


의왕시 6건 30만원, 수원시 4건 20만원, 화성시 2건 15만원, 광명시 1건 5만 원도 반납 대상에 포함됐다.

경조사비를 토해내야 할 입장에 처한 공무원들은 큰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 반납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다, 앞으로 있을 출입기자들의 경조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지 난처한 입장에 놓였기 때문이다.

복수의 공무원들은 “전임자가 쓴 업무추진비도 포함돼 있는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반납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지 솔직히 답이 안나온다”면서 “간부들이 십시일반하거나, 전임자까지 포함해서 갹출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당장 반납해야 할 비용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의 출입기자들과 상대해야 하는 것이 언론담당부서의 고유업무이고, 사회통념상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데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그 많은 경조사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냐, 월급을 다 써도 부족할 판인데, 누가 대변인이나 공보업무를 맡겠느냐”고 반문했다.

출입기자 경조사 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업무추진비 사용처에 대한 논란으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국·과장 등에게 지급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는 출입기자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사용할 수 없지만, 소속 공무원은 물론이고 유관기관 임직원 경조사 비용으로는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고 있어서다.

예컨대, 경기도청 실·국·과장은 소속 직원이 결혼하거나,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자신에게 배정된 업무추진비 범위 안에서 5만 원 이내의 현금을 축·부의금을 낼 수 있다.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경조사 비용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직원에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은 셈이다.

익명을 원한 한 직원은 “행자부 예규에 따르면 축의·부의금을 유관기관의 임직원에게 사용할 수 있다”면서 “유관기간을 공공기관만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출입기자 경조사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공무원끼리만 나눠쓸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간 업무추진비로 축·조의금을 지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상대가 유관기관 관계자도 아닌데 내부에서 이런 게 허용된다는 게 의문”이라면서 “언론홍보담당 공무원이 출입기자에게 업무추진비로 축·조의금을 전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교수들도 상조회를 만들어 회비를 내고 축·조의금을 낸다”고 지적했다.

이복진·오정인기자/bok@joongboo.com

▲ 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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