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삼성 류중일 감독
허리띠를 너무 졸라맨 듯하다. 삼성그룹이 거느렸던 전통의 명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동시에 몰락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겨울 프로스포츠 구단 전체(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프로축구 수원 삼성,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프로여자농구 삼성 블루밍스, 프로배구 삼성 블루팡스)를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적자구조를 없애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각 구단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에 없던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돈줄이 막힌 각 구단은 선수 영입 등 전력 강화 및 유지에 실패했고, 올 시즌 눈에 띄는 추락을 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한 프로야구 삼성은 25일까지 136경기에서 62승 1무 73패 승률 0.459로 7위에 그치고 있다.

삼성은 남은 8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한다.

삼성이 승률 5할을 기록하지 못한 건 1996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동안 삼성은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싹쓸이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선수 영입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겨울 제일기획에 인수된 뒤 투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우수한 외부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집안 단속도 실패했다.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박석민(NC)이 떠났고, 역대 최고의 외국인 내야수로 꼽히는 야마이코 나바로도 잡지 못했다.

여기에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KIA)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문제는 내년 시즌이다. 올 시즌을 마친 뒤 거포 최형우와 핵심 투수 차우찬이 FA자격을 얻는다. 삼성이 두 선수를 모두 잡기엔 매우 버거워 보인다.

프로축구 수원은 하위 스플릿 행이 확정됐다. 24일 인천유나이티드와 2-2로 비기면서 7승 16무 9패 승점 37점으로 10위까지 추락했다.

상위 6개 팀이 속하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 무산된 것은 물론,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강등까지 걱정해야 한다.

▲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수원은 삼성 산하 프로스포츠 구단 중 가장 먼저 제일기획으로 넘어갔지만 지난 2년 연속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돈줄이 막힌 수원은 지난겨울 특급 외국인 선수 대신 가성비 좋은 B급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른 선수가 이고르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 주 리그에서 뛴 지역구 선수다.

수원은 기적을 바랐지만, 이고르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반 시즌 만에 작별을 고했다.

이고르의 대체 선수를 뽑는 과정도 힘겨웠다. 수원은 사실상 산토스 한 명으로 외국인 선수 라인을 가동했다.

라이벌 FC서울이 데얀, 아드리아노 등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가용하는 사이, 수원은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우수한 최전방 외국인 공격수 영입 실패는 골 결정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수원은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터뜨려줄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다.

12개 팀 중 가장 많은 무승부를 기록한 이유다.

작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남자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와 여자 농구 삼성 블루밍스는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다른 팀들에 비해 큰 전력 타격은 없었다.

다만 승리수당 등 보이지 않는 구단 활동이 줄어들 수 있어 새 시즌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그룹의 경영 방침 변화에 따라 스포츠단도 산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구단주의 생각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기면서 각 구단은 '순위는 약간 떨어져도 괜찮으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전환됐다.

하지만 순위는 큰 폭으로 내렸고, 수익 창출도 기대 이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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