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 국가 중 사망원인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세계 1위의 자살률 통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는 2001년 6천명에서 2002년에 8천명, 2003년 1만여명으로 급증해 현재 1만4천명에 이른다, 하루에 약 40명이 자살로 아까운 생명을 버리고 있다. 특히 이삼십 대의 사망원인 중 최고가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자살이란 점이 매우 특이하다.

사태가 심각하다보니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괜찮니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3.4%가 자살 전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유가족 및 지인들 대부분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 및 동료 등 주변인의 관심 부족이 자살 발생과 유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로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자해나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6천600여명이었는데, 이들이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보자면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를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문제 진단은 일견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왜냐면 우울하지 않은 자가 자살을 시도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으로서 발굴한 '괜찮니 캠페인'이라는 것은 자살의 문제를 그야말로 자살 시도자와 그 주변인의 무관심 문제로 축소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자적인 생존이 쉽지 않은 미성년자나 노령층의 경우에는 자살예방을 위해 생활능력이 있는 주변인들의 돌봄이 어쩌면 꼭 필요하달 수 있겠다. 하지만 청·장년층들,즉 인생의 발달단계에서 가장 원기왕성 해야 할 이 삼십 대의 자살문제를 동일한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자살의 보다 심층적인 근본 원인을 찾지 않고 다만 개인의 불행, 혹은 정신건강의 문제로만 다루려는 보건복지부의 견해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자살문제를 우울증을 치료하면 해결된다거나 자살시도 시 주변인이 알아채고 막으면 된다는 시각이 오히려 자살의 심각성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이다. 사회적으로 젊은 층들이 죽음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할 방법에 골몰해야 한다. 또한 항우울제 투약으로는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최근 통계치는 우리나라의 구직포기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고 보고한다. 즉 어떻게든 직장을 가져보려고 노력하다가 이 조차도 포기한 자들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것이다. 또한 2000년대 들어 구직포기자 중 대졸 이상의 비율은 16%에서 25%까지로 늘어났다고 한다. 동시에 구직포기자 중 20대에서 30대 중반이 차지하는 비율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이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젊은 층들은 아르바이트로 일단 연명을 하지만 정규직 반열에 결코 들어서지 못한 채 인생을 한탄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자살의 원인을 정신건강 정도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문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추부터 끼워야 할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은 자살이 발생하는 환경에 대한 고려이다. 젊은층들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자살 정보를 공유하고 동반자살까지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오프라인에서만 자살 예방의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자살 관련 정보 공유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살을 동경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특히 10대 청소년을 비롯해 20~30대 젊은이들에게서 만연한 있는 동반자살을 미화하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살을 조장하는 인터넷상의 다양한 활동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자살을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 사법적으로 개입이 힘들다. 그러나 자살방조는 범죄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촉탁살인이 범죄가 되는 것처럼 자살을 방조하거나 돕는 행위 전반을 제지할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다. 자살문제의 담당부처부터 보건복지부 대신 전 부처로 확대함으로써 자살을 정신건강의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의 위기로 인식하려는 시각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