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 공화 양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뉴욕 주(州)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1차 TV토론 90분 내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토론 내내 관통한 주제는 자신이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실패가 뻔한 트럼프 정부는 안 된다'(힐러리), '오바마 정부의 4년 연장은 있을 수 없다'(트럼프)였다.

빨간색 바지 정장의 '전투복' 차림을 한 클린턴과 검은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한 트럼프는 토론 시작 전 웃으면서 반갑게 악수했으나, 토론 시작과 함께 곧바로 '전투 모드'로 돌입했다.

▲ 26일 TV토론장의 힐러리 클린턴(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
두 사람은 초반 다소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며 점잖은 토론을 시도했으나, 첫 질문인 미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재창출 문제를 넣고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며 충돌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상호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스태미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고 비아냥거렸고,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를 '여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과거 여성을 돼지, 굼벵이, 개로 불렀다"고 반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한 클린턴의 공격에 "로지 오도넬(거구의 여성 코미디언)만 그렇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받아쳤다.

트럼프는 아울러 클린턴에 대해 "경험이 많지만 나쁜 경험이 많다"고도 조롱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은 "부유층만을 위한 트럼프의 해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중산층 지원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이 지지한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지적하며 "클린턴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지금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런 일(일자리 유출 방지)을 했어야 한다"고 반격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골드 스탠다드'로 불렀다가 이제 와 반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토론 진행자인 NBC방송 심야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가 두 사람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트럼프의 납세보고서에 관한 질문을 꺼내면서 TV토론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중간에 끼어들며 "그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이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메일 3만 건을 공개하면 곧바로 납세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비즈니스 시작할 때 1천400만 달러를 아버지한테 받았다"며 이른바 '금수저론'을 제기했고, 이에 트럼프는 "아버지는 나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클린턴은 트럼프의 파산 경력과 함께 그가 수많은 직원에게 보수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고 공격했고, 이에 트럼프는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이날 본인의 발언 시간 또는 상대방이 발언하는 도중 중간중간 상대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끼어들기와 말 자르기를 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일자리 관련 답변에 앞서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당신과 함께 (토론)하게 돼 반갑다"고 말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또 트럼프가 "당신보다 더 크게 말해 말을 끊어야겠다"고 말하자 이번엔 클린턴이 웃으면서 "내 웹사이트에 가면 트럼프 발언의 사실 여부에 관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가볍게 넘겼고, 그러자 트럼프도 이에 질세라 "내 웹사이트도 보라"고 즉각 반격했다.

두 후보는 이밖에 동맹 문제, 중동 문제, 총기규제, 무역 문제, '이슬람국가'(IS) 격퇴 문제 등을 놓고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CNN 방송이 잠정 집계한 두 후보의 발언 시간은 총 90분 가운데 클린턴 37분, 트럼프 42분이었다. 나머지 11분은 토론 진행자 홀트의 발언 시간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론에 대해 전체적으로 클린턴이 공격하고 트럼프가 방어하는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가 오늘 토론에서 전형적인 정치인인 클린턴을 겨냥해 미국의 만성적인 문제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 자신이 대부분 수세에 몰려 있었다"면서 "클린턴을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함과 동시에 트럼프가 비즈니스 제국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줬던 사람들의 돈을 떼먹고 심지어 이해갈등 문제(납세보고서)도 숨기려 하고 있다는 점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또 "클린턴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의 정체성에 구멍을 내는 등 부지런히 잽을 던졌다"면서 "클린턴이 극도로 민감한 트럼프의 피부를 바늘로 콕콕 찔렀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약 올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클린턴이 트럼프의 비즈니스 파산 경력과 과거 이라크 전쟁 찬성 발언, IS격퇴 비밀전략 등에 대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트럼프가 냉정함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트럼프의 납세보고서 미공개 이유와 관련해 "'첫째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가 아닐 수도 있고, 둘째는 자신이 주장하는 만큼 기부를 안 했을 수도 있다'는 클린턴의 발언이 트럼프를 자극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본격적인 TV토론에 앞서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가 먼저 등장해 악수한 뒤 상대방 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측에선 장녀 이방카를 비롯해 온 가족과 함께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가 출동했고, 클린턴 측에선 남편 빌과 외동딸 첼시가 자리를 지켰다. 연합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