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8월중 배추 1포기 가격이 전월에 비해 63.7%, 전년 동월에 비해 85.5%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배추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김치 수요가 많은 가정이나 식당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추석 차례상 비용(전통시장 기준)이 전년대비 7.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 시중 물가는 지속적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 듯 느껴지나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0.4% 상승하는데 그쳐 최근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금년 1~8월중 평균으로 보아도 전년 동기대비 0.8% 증가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의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과 괴리를 보이곤 한다. 이와 같은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간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개인마다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물가 또한 개인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지표물가는 모든 조사대상 품목들의 지수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하므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입장에서의 평균적인 물가변동을 나타내는데 반해 체감물가는 해당 가계나 개인이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둘째, 가족 구성원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액 증가 또는 품질이 향상된 제품에 대해 지불하는 높은 가격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모두 물가상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 더 좋은 품질의 휴대폰이나 TV 등을 구입하기 위하여 지불하는 비용 등을 전부 물가상승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셋째,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과 지표물가의 비교시점이 서로 다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들은 구매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더라도 지난번 구매 당시의 가격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물가지수 작성 방법상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5년 주기의 정기 개편을 통해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과 품목별 소비 지출액 변화 등을 지수에 반영하고 있어 기준 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지출 구조 변화로 인해 체감물가와의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



한편 최근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고착되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저해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과소비를 조장하고 실물자산의 거품을 형성하는 등의 폐해를 가져오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도 투자 감소를 통해 고용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하므로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주된 원인이 있다. 금년 상반기 중 국내 석유류 가격의 하락은 상반기 소비자물가를 0.8%p 정도 낮춘 것으로 분석되어 유가하락의 영향을 제외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 후반대를 나타냈을 것으로 보인다. 지표상으로도 이상 요인에 따라 큰 가격 변동을 보이는 식료품과 유류 등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1.9%, 7월~8월 중 1.7%의 상승을 보였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대 중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중기적인 시계에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물가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거시경제운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대내외 경제 환경과 우리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적정 물가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세심한 정책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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