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한 평생, 데모 한 번 안했다. 동네 노인들 모두가 난청환자들이다. 후세한테 물려줄 순 없다.”

80대 노인은 부르짖었다. 그에게도 까까머리 유년시절, 추억의 학창시절, 치열한 삶의 현장을 겪은 청·장년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에서 단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게 있다고도 했다. 60년 묵은 수원 군(軍)공항의 소음, 어느 노신사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일종의 낙인(烙印)이었다.

지난달 28일 화성시 황계동 등 수원 군공항 소음피해의 직접적 영향권에 거주하는 200여명 주민을 한 곳에서 만났다. 수원 군공항 이전의 당위성을 피력하기 위한 피해지역 주민들의 첫 회동이었다. 수원 군공항 설치 이후 60년 만에 그들의 단합대회(?)가 열린 셈이다.

이들 주민의 의사는 명료했다.

수원 군공항이 이미 최전방 전술항공기지로써 기능을 상실한데다 주민의 학습권, 재산권, 행복추구권 등이 무참히 짓밟힌 수 십년의 세월이라면 군공항 이전의 충분조건이 되고도 남지 않냐는 입장이다.

소음피해의 실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전투기 소음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수원 군공항 이전 논의가 최근에서야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소음피해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이 직면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들의 뜻은 관철(貫徹)되지 않고 있다. 관철까지는 사치다.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시(市)가 귀를 닫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토로였다.

오는 5일이 분수령이다.

국방부 주최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을 위한 관계 지방정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화성시, 어느 노신사의 절규가 들리는가. 예비 이전후보지가 결정되기도 전에 ‘무조건 반대’를 고수하는 화성시, 성급한 배척은 옳지 않다.

신병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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