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 온도, 예술가에게 묻다

관계성을 주제로 지난 일 년간 전시를 이어온 파주의 블루메미술관이 이번 가을, 차갑거나 따뜻한 관계의 온도와 멀고 가까운 관계의 거리 개념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획전시 ‘한 뼘의 온도: 관계측정의 미학’展을 12월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온도는 측정 가능한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다룬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저서 ‘온도계의 철학’에 출발점을 뒀다. 장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온도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과학의 역사는 매우 주관적으로, 뉴턴은 사람에 따라 다른 혈온을 고정점으로 사용했으며 17~18세기 서양 과학자들은 ‘첫 번째 밤 서리, 손을 넣고 견딜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물, 깊은 지하실’ 등 문학에 가까운 기준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블루메미술관은 ‘사람 사이의 관계는 측정 가능한 것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타자와의 관계를 거리와 온도 같은 측량 가능한 기준점을 가진 요소를 통해 측정해보고 경험치로도 가늠해보는 시도에 나섰다.

전시에 참여한 김다움, 김승영, 백정기, 심아빈, 정성윤, 리즈닝미디어 등 6명의 작가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정성윤 작가는 정확한 수치와 계산된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통해 예측불가능하고 비가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표상한다. 백정기 작가는 두텁게 쌓아올린 바셀린으로 투구나 헬멧, 갑옷 등 형태를 만들어 타인 혹은 세상과 마주하기 전 상처를 보호하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승영 작가는 일견 차가워보이지만 앉으면 놀랄만큼 따뜻한 온도를 전하는 빨간 철제의자를 통해 관람객들이 먼 기억을 불러올 수 있게 유도하며 심아빈 작가는 거울, 구멍 등 장치를 통해 관객들이 직접 원기둥을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며 새로운 모습을 맞닥뜨릴 수 있게한다.

깜빡이는 빛으로 구성된 가상의 공간, 컴퓨터 화면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리즈닝미디어와 김다움은 각각 비가시적인 상호작용으로서의 관계성과 SNS상에서 흩어져버리는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직접 대면하지 않는 관계를 맺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 관계자는 “마음과 마음, 그 너비 사이에 존재하는 뜨겁고 차가운 관계의 온도값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로, 삶 위의 수많은 관계들이 새로 소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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