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의 가르침, 사인여천(事人如天)에서 이르고 성경의 로마서 구절에도 나오는 말씀이다.

흔히들 지방 자치단체와 의회를 수레의 양축에 비유하곤 한다.

서로의 균형이 맞아 떨어져야만 수레가 잘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수레바퀴는 균형에 문제가 있었다.

한쪽은 민의를 대변하는 선출직에다 시장에 버금가는 자긍심으로 무장한 집단이었고 다른 한쪽 바퀴는 시장을 대신해 늘상 엎드리는데 익숙한 공직자들의 몫이었다. 

이 때문인지 의회가 가동될 때마다 양축의 수레 바퀴 운운하는 균형감은 온데간데 없어진지 오래였다. 일방통행식 고압적 질문과 쩔쩔매는 국, 과장들의 답변 모습이 의회 운영의 전형으로 굳어진 익숙한 풍경이다. 

의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해야 할 간담회나 설명회 자리조차도 지적하듯 들춰내고 잘잘못을 가리는 행정사무감사와 다름없다고 볼멘 소리를 해대곤 했다. 의원들 역시 이같은 구태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윽박지르듯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 닳고 닳은 공직자들을 다루기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평택시의회 제 186회 임시회가 열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몇 건의 조례안이 상정되고 추가경정 예산안이 다뤄졌다.

제 7대 시의회 후반기 들어 첫 회기를 맞는 만큼 집행부 각 부서별 업무보고도 펼쳐졌다. 개회와 동시에 집행부는 조금은 긴장하면서도 이 또한 지나가는 태풍이려니, 그러려니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 과장이 각 상임위 별 회의장으로 들어가면 해당 부서 팀장 등 실무진은 중계 화면을 보며 모니터링에 들어간다.

반나절 넘도록 진종일 화면을 들여다 보며 더러는 민망하거나 머쓱해하고 더러는 울분을 삼키기도 했던 실무진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형으로 굳어졌던 의원들의 질문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끼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말투에 예의를 담으려는 의원들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평소 같으면 의회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시장의 돌발 발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거침없는 말 폭탄이 투하됐을 법도 하건만 대부분의 업무보고가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 됐다. 시의회가 후반기 들어 잘해보자며 변화와 자성의 모습을 보인 대목의 일부로 비춰진다.

긍정의 힘은 무한대라 했다. 이제는 집행부가 더욱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존중하고 공경해주는 민의의 대변자들에게 그동안 무성의하게 또는 천편일률적으로 뱉었던 답변은 용서 받기 어려울 거라는 책임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부끄럼 없는 민의의 대변자 의회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성실한 집행부.

이들을 일컬어 균형 잡힌 수레의 양축이라 부른다. 심재용기자/sj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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