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반송했지만… 국회신고 안해 또 논란

▲ 9일 경기도차세대융합연구원을 찾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에게 융기원 측이 제공한 선물이 든 쇼핑백을 수행비서가 들고 있다. 빨간 점선 안의 흰색 쇼핑백에는 차세대융기원을 운영하는 서울대학교가 개발한 약콩 초콜릿(시가 1만원) 3박스가 담겨 있다. 융기원 측은 이 초콜릿 3상자를 이 대표의원 등에게 제공했다. 이복진기자/
정부 예산 지원 논의가 오가는 자리에서 시가 3만6천 원짜리 ‘약콩 초콜릿’ 선물을 받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선물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국회 신고 절차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이 대표가 선물을 받은 행위는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든다는 이유로 법 위반이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국회에 신고하지 않고 반송한 행위는 또 다른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은 10일 오전 10시께 퀵서비스를 이용해 전날 오후 2시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선물을 되돌려보냈다. 이 대표를 수행한 비서가 대신 선물을 받은 지 약 20시간이 흐른 뒤였다.

융기원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이 오늘(10일) 오전 10시에 약콩 초콜릿을 되돌려보냈다”면서 “어제 오후에 중부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 대표 측에서 선물을 반송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 측은 국회에 신고하지 않고 선물을 반송했다. 김영란법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금품 또는 선물을 되돌려줄 경우 소속 기관의 청탁방지담당관에게 신고한 후 반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감사당당관실 관계자는 중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 쪽에서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받은 선물은) 기념품으로 봐야 한다”면서 “법에서 금지하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념품인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면 허용가능한 범위에 포함된다”면서 “기념품에 대해 합리적인 차등은 가능하다고 권익위 매뉴얼에 있다. 그쪽(이 대표)에서도 기념품이라고 본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 기념품으로 간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기원 같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기 위해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국회가 자체적으로 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류홍채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선인연구원은 “융기원이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의 직접 지원이 불가능한데도 이정현 대표에게 정부 예산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예산 지원을 바라고 한 것인지 따져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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