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마다 스포츠 경기 열었더니 학생 행복 '쑥쑥'
운동회 대신 학생 주도 축제·상시 스포츠 '새 바람'

▲ 작년 열린 구름산초등학교의 축제(놀기 좋은날, 오늘은 학교가 놀이터) 전야제 무대에서 4학년 학생들이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
2010년 개교한 경기도 광명의 구름산초등학교는 가을마다 학교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도 이달 27∼28일 열리는 '구름산축제'를 앞두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로 꾸려진 축제준비위원회가 축제 이름부터 세부 계획, 전야제 공연팀 오디션 등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하고 있다.

얼마 전 치러진 축제 전야제 공연 오디션에는 1∼6학년 46개 팀이 출전해 춤, 악기연주, 치어리딩, 풍물, 태권도 등 그동안 갈고 닦은 무대를 뽐냈다.

학생도 포함된 심사위원단은 이 가운데 22개 팀을 선정했고, 이들 팀은 축제 전날인 27일 전교생 앞에서 기량을 선보인다.

축제 당일엔 환경, 역사 등 학년별로 미리 정한 주제에 걸맞은 체험부스를 교실마다 만들어 축제를 즐기며 학습하는 교육의 장이 펼쳐진다.

구름산초교는 이미 수년째 전교생이 한날한시 운동장에 모이는 가을운동회를 여는 대신 가을축제를 만들고 있다. 체육활동은 학년별로 1년에 두 차례 '놀이마당'으로 대체한다.

이영미 교감은 "과거 운동회에선 학생들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서로 이기기 위한 경쟁을 했다"며 "줄 세우기식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한 축제를 만들고 체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학교 행사도 예전과 비교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흥 서해고등학교는 학기 중 모의고사나 시험기간 1주일 전을 제외하고 점심시간마다 종목별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학교로 유명하다.

식사를 마친 남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축구, 농구, 족구 등 구기 종목별 반 대항전을 가진다. 최종 우승팀은 학기 말 인근 학교 우승팀과 시합도 한다.

같은 시간 여학생들은 체육관에 모여 요가 수업을 듣거나, 학교 옆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다. 저녁엔 여학생들의 축구와 피구 경기가 남학생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남녀 배드민턴 대회도 열린다.

모든 경기의 심판은 학생들이 맡는다.

서해고가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운동회가 아닌 연중 상시 운영되는 스포츠클럽 대회에 더 집중하는 이유는 학생의 운동량과 인성, 행복감, 학습능력 간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서해고 박성호(42) 체육부장은 "과거 체육대회는 운동신경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로 하루 이틀간 치러졌는데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 운동을 잘하건 못하건 모든 학생이 다양한 종목에 출전해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행 첫해였던 2014년 '수능 앞둔 고교생들한테 왜 운동만 시키느냐'는 학부모 반대도 있었지만 한 학기가 지나고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생활태도가 조금씩 변화하는 걸 보고 이젠 학부모들이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학년 초와 학년 말 학생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학교생활이 즐겁다. 행복하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50%에서 80%로 늘었다. 운동의 효과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구름산초와 서해고 같이 기존의 가을운동회 형식에서 진화한 학생중심 축제나 연중 상시 스포츠 경기를 하는 학교가 점차 느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6일 도 교육청이 도내 1천741교(전체 학교 수 2천326교)를 대상으로 파악한 '학생자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현황(2016년 9월 기준)' 자료를 보면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학교 1천717교 중 671교(31%)가 연중 스포츠클럽을 운영한다.

경기가 100% 학생 주도로 진행되는 학교도 274교(16%)에 달한다.

도 교육청 체육건강교육과 황교선 장학관은 "학창시절 운동하는 즐거움을 맛본 학생들은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스스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며 "체육 엘리트를 육성하는 교육이 아닌 모든 학생이운동을 즐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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