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정이현| 문학과지성사



우리와 이곳의 ‘오늘들’을 기록하는 작가 정이현이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사랑은 발명된 것이라 냉소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첫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 거대한 사건에 가려진 개인의 고통과 상실을 그려낸 제51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삼풍백화점’이 수록된 ‘오늘의 거짓말’(2007)을 출간한 이후 소설집으로는 9년 만이다.

그간 정이현은 남성 중심적 가치관의 부조리를 비틀어 보여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달콤한 나의 도시’, 알랭 드 보통과 공동 작업한 ‘사랑의 기초―연인들’ 등을 통해 동시대인의 삶과 사랑을 증언하는 여러 장편과 산문집을 꾸준히 내왔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일곱 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2000년대 중반 정이현의 소설에는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치밀하면서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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