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려

박지후·짱아찌 | 단한권의책 | 151페이지



국내 최초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을 결합해 ‘문자그림(typographiration)’ 작품 세계를 개척한 국내 제1호 문자그림 작가인 박지후가 신간 ‘때를 기다려’를 내놨다.

‘때를 기다려’의 작품 하나하나는 너대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 오래 볼수록 더 많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큰 바위 얼굴.

‘때를 기다려’의 작품들도 그러하다.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레이션이 절묘하게 만나 유머와 메시지,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을 창조해 내는 그 지점에 독자의 시선이 머무를 때 책 속 그림들은 ‘큰 바위 얼굴’처럼 생생히 살아난다.

이 책은 박지후가 그야말로 끈기 있게 ‘때를 기다리며’ 일상이라는 백사장에서 하나하나 정성껏 수집한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조가비들을 모아 만든 목걸이다.

그는 어떤 계기로 새롭고도 독특한 ‘문자그림’을 개척하게 된 걸까.

우연한 기회에 어느 작가의 전시회를 관람한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시회장에서 그는 작품을 모두 관람한 뒤 한동안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뜻밖에 대다수 관람객들이 오래 작품을 관람하지 않고 금방금방 지나쳐가는 걸 발견했다. 같은 그림작가의 입장에서 ‘그 작품의 작가가 저런 광경을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전시회 관람객의 눈길을 강렬하게 잡아끌고 오래 머물게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그는 다른 작가들과 비슷한 방식과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타이포그래피를 이미지화해 일러스트와 결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일상속의 단상을 포착해 하나하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때를 기다려’이다.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가 때론 충돌하고 때론 한 덩어리로 융합하면서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메시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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