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널을 뛰는 일교차 때문에 외출하기 전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면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의 방문을 조심해야 한다. 바로 감기다. 가을이 되면 감기 조심하라는 안부인사가 흔하게 오가고 병원은 감기 환자로 북적거린다. 가을에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차가 커지는 환경 탓이 크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이 주원인으로, 의학적 명칭은 ‘급성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이다. 바이러스는 우리 주변의 공기 중에 존재하고 있는데, 환자의 재채기, 기침 등을 통해 나오는 감염된 분비물을 통해서 전파되거나 입맞춤, 음식 또는 손 등을 통해 직접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히 대비하면 물리칠 수 있다. 가을철 환절기에 걸리기 쉬운 감기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섬모의 역할

공기 중에는 바이러스 이외에도 세균, 먼지, 황사, 담배 연기 등 유해한 것들이 매우 많은데, 이런 유해물질이 그대로 폐나 기관지로 들어가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의 병에 걸리게 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공기를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가 필요하다. 이런 필터 역할을 위해 사람의 호흡기에는 ‘섬모’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털과 같은 특이한 구조가 있는데, 이는 사람이 숨을 쉴 때 들어오는 공기 중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방어 기능을 한다.

사람의 호흡기를 이루고 있는 세포 한 개에는 약 200개의 섬모가 있는데, 길이는 6~7μm, 두께는 0.2~0.3μm 정도의 매우 미세한 구조이다. 섬모 주위에는 점액과 액체 두 개의 층으로 이뤄진 분비물 층이 있다. 정상 섬모는 초당 약 10~20회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먼지나 세균 등 우리 몸에 해로운 외부 물질을 제거하는 방어 역할을 한다. 이렇게 섬모에 의해 제거된 불순물들은 점액층에 의해 몸 밖으로 이동된다.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

섬모의 운동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와 습도이다. 가을철에는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온도차가 커져서 이런 환경에서는 섬모의 운동이 방해를 받는다. 섬모 운동이 느려지면 바이러스나 불순물 등이 배출되지 않고 점막에 달라붙어 있으면서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창문을 닫고 무조건 실내 온도만 높이면 밀폐된 공간에 바이러스가 머무르게 되고 습도는 그만큼 낮아져 오히려 더 건조해지고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된다. 따라서 실내 공기를 매일 환기시키고 실내 온도는 20℃ 전후가 되도록 조금만 올리며 젖은 수건 등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약 45%)를 잘 유지해야 한다. 또한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충분한 수면과 수분 및 영양 섭취와 함께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과 치료

감기에 걸리면 1~3일 간의 잠복기 뒤에 재채기, 코에 자극감, 두통, 근육통,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콧물, 코막힘, 후각감퇴 등의 증상이 이어서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은 큰 문제없이 치료가 되지만, 여기에 세균 감염 등까지 생기면 세균성 비·부비동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감기에 대한 특효약은 없으며 충분히 휴식하고 수분과 영양 보충, 적절한 습도와 온도 조절, 국소 찜질이나 온욕,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 사용 등 일반적인 치료만으로도 10일 이내에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증상이 그 이상 지속되거나 좋아졌다가도 다시 악화될 경우 또는 콧물이 변색되거나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동반돼 급성 세균성 비·부비동염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고 항생제 사용 등의 추가적 치료가 고려돼야 한다.

도움말=김현준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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