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내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RC) 조성과 특정 단과대학 이전 등이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안에서 제외됐다는 한 중앙 매체가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시흥지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8월 말 서울대와 시흥시가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한다(기숙형 대학 건설 단계적 추진)’는 내용으로 체결한 실시협약 위반 가능성이 있고,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해 1조8천억 원대의 현물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서울대가 협약을 파기(미이행)할 경우 심각한 ‘모럴해저드’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단과대 이전 무효 가능할까= ‘시흥캠퍼스 추진 기본방향 계획안’에서 전인교육형 기숙대학 조성과 특정 단과대학 이전 등이 제외된 것은 최근 서울대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조성 ‘극렬 반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요구를 통과시켰고, 본부점거를 결정했다. 최근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학교 측은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기숙형 캠퍼스와 단과대학 이전 등을 전면 철회한다’는 승부수를 띄우고 계획안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맺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위반 가능성을 담고 있는 대목이다. 실시협약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를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캠퍼스로 조성하며, 기숙과 교육을 병행하는 전인교육형 캠퍼스로 조성하겠다는 기본 원칙이 담겨있다.

단, 학내 반발을 우려해 기숙형 대학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두협약이 포함됐다. 1단계로 내외국인 학생이 함께 거주하는 2천명 규모의 기숙사를 설립하고 세미나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단계로 기숙사 수용 인원을 4천명으로 늘리고 말하기와 글쓰기, 외국어, 예체능 등 기초과목 및 필수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내용 등이다.

실시협약은 법적 효력이 있고, 각 파트너는 의무와 권리를 갖기때문에 ‘기숙형 캠퍼스와 단과대학 이전’의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낮다고 시흥시는 판단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대학 설립이 제외됐다는 것은 서울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울대측과의 실시협약은 결코 번복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협약 파기(미이행)에 대한 ‘도덕성’ 논란 예상= 서울대가 기숙대학과 단과대학 이전 등을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에서 최종 제외하면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 무상으로 1조 8천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받고도, 시흥시와의 협약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시흥시로부터 캠퍼스 용지 66만 m²가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사업자인 ㈜한라로부터 캠퍼스 조성에 따른 시설지원금 3천억 원을 지원받는다. 개발이익규모에 따라 1천50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땅값과 현금, 기타 지원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8천억 원대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미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미이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배곧 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의 한 관계자는 “단과대학이나 기숙형 캠퍼스대학 이전 불가에 대한 서울대의 공식발표가 있을 경우 거센 주민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흥시·주민 무덤덤…단과대 이전 ‘무산 가능성 낮다’=서울대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면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것에 대한 시흥 배곧신도시 입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평온하다.

특히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실시협약을 서울대측이 철회까지야 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이어서 부동산업계에서도 큰 가격 변동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매매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일부 아파트 및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23일 주말 오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시흥 배곧신도시 생명공원 인근에서 만난 입주민 한모(49)씨는 서울대생들의 본관점거 농성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측이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체 대표 김모(48·여)씨는 “서울대생들의 농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분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면서 “아파트, 오피스텔에 대한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미 첫 삽을 떳기 때문에 조만간 서울대측과 학생들간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겠냐”고 했다. 시흥시는 올해 초 배곧신도시지역특성화타운(SPC)과 시흥시, 대우조선해양 간 체결한 ‘서울대시흥캠퍼스 시험수조 건립을 위한 실시협약’과 관련 오는 11월 시험수조 건설을 위한 건축허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 사업 착공식 준비가 한창이다. 서울대측과의 실시협약은 결코 번복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서울대 조성사업과 관련한 진행상황 공유 등을 위해 (가칭)시민추진위원회(20명 내외) 발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형수·오정인기자/vodo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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