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영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는 당시로는 최첨단 하이테크로 무장한 최대의 유람선이었었다. 승객은 다양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이었다. 타이타닉호는 선내에 체육관과 수영장, 그외 호화로운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 호화로운 배는 빙산에 충돌하여 구멍이 나면서 침수되기 시작했고 타이타닉은 3시간만에 침몰하여 바다속에 가라앉았다. 방수용 격벽이 있었고 물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완비되어 있었으나 이러한 첨단장비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결국 침몰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1500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항해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다시 한국경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 GDP의 25%정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면서 회심작으로 런칭한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폭발이라는 복병을 만나 결국 판매를 중단하고 리콜을 결정했다. 그러나 폭발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배터리 탓으로 돌려 섣부른 리콜결정을 내렸다가 또 폭발하는 바람에 이에 따른 비용은 2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것은 이정도의 금전적 손실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여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는 삼성전자로 탈바꿈할수 있는가가 더 큰 과제이다. 혹자는 삼성전자가 너무 조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일은 터진 것을. 현대자동차는 어떤가? 미주시장에서 시작된 소비자 불만이 국내 소비자로 이어지면서 현대자동차도 국내외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중단 손해도 급증하여 그 피해가 역시 수조원대라고 한다. 이러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회자되는 사례다. 그밖에 너무나도 많은 분야에서 한국경제는 위기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가계부채, 조선업, 해운업 등이 그것이다. 부동산은 이미 과거 부동산 버블때와 견줄 정도로 올랐다. 전매제한이 풀린지역은 웃돈이 1억원이 넘게 거래된다고 한다. 저금리 현상속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가계부채는 벌써 1200조원을 넘어 계속 순증행진을 하고 있다. 가히 한국경제의 폭발을 재촉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조선업 구조조정에는 30조원이상이 소요될 것이며 회복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많은 지도자들이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작금의 한국경제 상황이다. 국감이 시작되어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관료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모든 경제사회 시스템이 내년의 대선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타이타닉은 당시로는 최대의 유람선이며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한 소위 하이테크 집적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하이테크로 무장한 거대한 타이타닉도 빙산에 충돌하면서 정말 짧은 시간인 3시간만에 침몰하였다. 해매다 청년들은 30만명 이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공유해야 한다. 먼저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내년 대선은 대선이고 지금 먼저 닥친 위험부터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타이타닉이란 거대한 배가 3시간만에 침몰한 그때를,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죽음을 생각해 볼 때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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