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됐거나 공연중인 뮤지컬(연극 포함)에 대한 관람등급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등에 따르면 뮤지컬 등 공연물은 영등위의 심의에 따라 관람등급이 결정되는 영화 등의 영상물과 달리, 관람등급을 제작자가 자의적으로 판단,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관람등급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뮤지컬 등 공연물은 심의하거나 관람등급을 책정할 기구는 물론 관련법령이 없는 실정으로. 제작자의 경우 영상물과 달리 영등위에 관람 등급 심의를 의무적으로 요청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사정이 이렇자 공연을 종료했거나 공연예정인 뮤지컬 등의 등급이 제각각인 상황으로, 지역에 따라 다른 등급이 책정되고 있어 혼란을 주고있다.

실제 고양시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오는 29일 공연되는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만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다음달 12일 경북 양주 공연에서는‘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로 막을 올린다. 뮤지컬 ‘빨래’는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만 13세 이상 관람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안산시 문화예술의 전당과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은 8세 이상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뮤지컬 ‘17세’ 역시 서울 구로 아트벨리예술극장에서 만 10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지만 성남 잡월드 나래울극장에서는 만 12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 상황이다.

시민 김유민(26·안산시 단원구)씨는 “심의나 등급규정 없이 제작자의 임의대로 등급을 매기면 미성년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인물이나 폭력물의 경우 관람등급이 낮게 책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성(27·수원시 장안구)씨는 “명확한 관람등급 기준이 없으면 청소년들이 봐서는 안될 공연을 볼 수도 있다”며 “영화처럼 관람등급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공연 제작사는 관람등급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뮤지컬 ‘17세’의 제작사인 ㈔하늘에 관계자는 “뮤지컬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대를 만 12세로 판단, 관람 가능 연령을 정했다”며 “부모의 지도에 따라 관람하면 만10세 이상 또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영등위 관계자는 “1998년 공연윤리위원회가 해체돼 뮤지컬을 비롯 공연을 심의하거나 관람등급을 책정할 기구나 법령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원회가 해체됐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인천지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등의 공연물의 평균 공연건수는 9천500여건으로 공연일수는 1만6천여일, 공연횟수는 2만5천여건, 관객수는 570만3천여명에 달한다.

신병근·안원경·허지성기자/bg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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