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CJ제일제당 안산공장에서 열린 "CJ제일제당 규제해결을 통한 투자유치 MOU"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제종길 안산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진=중부일보DB
40년 묵은 불합리한 규제만 풀어주면 3천억 원을 들여 안산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짓겠다고 약속했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1년7개월째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간이 운동장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공장 터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투자를 약속했던 대기업이 막상 규제가 풀리자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안산공장 사례다.

경기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16일 안산공장 내 유휴토지 1만1천㎡에 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한다는 협약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제종길 안산시장·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가 서명한 협약서에는 내년까지 3천억 원을 들여 시간당 40㎿(9만 가구 전력공급 가능)의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협약이 지켜졌더라면 지금쯤 연료전지발전소가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CJ제일제당 안산공장 연료전지발전소는 현재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언제쯤이면 공사를 시작할 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사업 파트너인 (주)삼천리 핑계만 대고 있다.

CJ제일제당 안산공장 관계자는 “발전소는 삼천리에서 짓기로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우리는 땅만 제공하기 때문에 삼천리 쪽 문제가 해결되어야 착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주)삼천리, 한국서부발전(주) 등과 연료전지 설비 설치 투자유치 MOU를 체결해 놓은 상태다.

삼천리는 포스코에너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CJ제일제당 안산공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하려면 스팀 전환 장치가 필요한데, 연료전지를 통해 스팀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포스코 에너지가 유일하다”면서 “당초 계획에 비해 많이 늦어졌지만 빠른 시일 내에 (포스코에너지와)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에너지는 황당하는 반응이다.

포스코 에너지 관계자는 “(삼천리 측과) 논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면서 “연료전지 설비 설치는 두산 등 다른 기업을 통해서도 얼마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사업파트너인 삼천리에 전가하고, 삼천리는 엉뚱한 포스코에너지를 끌어들여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의 발전소 건립 사업은 도와 정부가 쓸모없는 공장 터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대표적인 규제완화 사례로 꼽혔다.

CJ제일제당은 1973년과 1975년 기존 안산공장 터 옆에 추가 매입한 1만1천㎡(당시 공업지역)가 1976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공장 증설을 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부당하다며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 경기도, 안산시 등에 지속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건의했으나 소용없었다.

경기도는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지난해 4월 CJ제일제당 안산공장의 계륵이나 다름없던 공장 터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도 관계자는 “목적을 달성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형적인 먹튀 행태”라고 비판하고 “규제 완화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구·오정인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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