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어둠 속에서 공포를 느낀다. 불이 꺼지면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다루는 ‘라이트 아웃’은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데뷔작인데, 이 영화는 2013년에 샌드버그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하고있다. 감독이 제작했던 2분30초의짜리 단편영화는 SNS에서 인기를 크게 모으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는 이 단편을 장편영화로 재탄생시켰다.

‘라이트 아웃’은 개봉 전부터 ‘컨저링’ 시리즈로 국내 개봉한 외국 공포영화 역대 1, 2위의 신기원을 이룬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인 ‘어둠’에 초점을 맞췄다. 어둠은 자칫하면 단순해 보이는 소재이지만 샌드버그 감독은 공포스런 존재를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지루함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전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공포심을 극대화시킨다.

‘라이트 아웃’은 여느 공포영화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히 살려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이 있고, 영화는 이들의 삶을 자세히 조명한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기 때문에 이들이 처한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관객은 이들과 함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의류관련 사업을 하는 한 가장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아들인 마틴(가브리엘 베이트먼)은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데, 엄마는 자꾸만 누군가와 대화한다.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 있는 엄마는 병원에서 다이애나라는 여자를 알게됐다. 입원 당시 빛을 보면 피부가 상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다이애나는 치료 도중 죽고 말았다.

엄마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 마틴은 이복누나 레베카(테레사 팔머)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한다. 그리하여 레베카는 마틴을 찾아오는데, 엄마에게 붙어서 기생하고 있는 다이애나의 악령이 마틴과 레베카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악령은 레베카와 마틴의 곁에서 불이 꺼지는 틈을 노려 그들을 공격하고, 마틴과 레베카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악령을 쫓는 방법은 오로지 불을 켜는 것이다.

영화는 포스터의 카피부터 눈길을 끈다. ‘절대 불을 끄지 마세요’라는 카피는 짤막하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거울을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미러’처럼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한 ‘조명’을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하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불을 끄고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다.

박병두 소설가 시나리오작가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