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는 2014년 안양시 기부의 날(11월 3일)을 제정했고 올해까지 3년째 기부와 나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방정부가 기부의 날을 제정해 해마다 행사를 여는 곳은 안양시가 유일하다. 올해는 3일부터 14일까지 ‘나눔문화 공모전’을 벌인다. 슬로건이나 UCC, 사진 등 3개 분야로 지역소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직장인, 안양시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기부의 날을 제정한 이필운 안양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부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3년 300억 원대의 공장부지를 기부해 큰 본보기가 됐던 고 전재준 삼성펄프 회장의 뜻을 기리고,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제정했다. 나눔과 사랑, 배려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직접 나눔을 실천하고자 연례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기존에 나눔 활동에 모범적인 참여를 수행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며 감사패를 수여함으로써 더 많은 기부 유공인들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도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가치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보길 바란다.”


―기부의 날이 11월 3일인 이유가 있나?

“11월 3일은 부지 소유권 이전일이다. 삼정펄프가 삼덕제지라는 회사명으로 안양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시절인 2003년 7월, 지금은 고인이 된 전재준 회장이 만안구 안양4동 782-19 일원의 1만6천8㎡(약 4천840평)의 공장부지를 시에 기증했다. 전 회장은 삼덕제지 안양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당시 300억 원으로 평가받은 부지를 팔지 않고 안양시에 기증하면서 공원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먼지와 소음을 내뿜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줬고, 시민의 도움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사유를 들었다. 그의 뜻대로 공장 부지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들어섰다. 공원 이름도 그의 호 ‘삼덕’(三德)을 따 삼덕공원이 됐다. 그의 땅 기부는 ‘기업가의 지역사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갈등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안양시는 지상은 공원을 조성하되 지하에 차량 6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짓는 계획을 수립했다. 인근 주택가와 중앙시장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소하고 수암천 복개주차장 철거를 앞두고 주차 공간 확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전 회장은 이를 반대했다. 지하주차장 조성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토지반환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밝히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전 회장의 뜻을 수용해 주차장 없는 순수공원을 지었다. 이후 기증과 기부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공원에 심을 소나무 30그루와 벤치 45개를 기증받았다. 소나무와 벤치에는 기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앞으로 기부의 날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2014년 1회 기부의 날 때는 표창과 감사패를 전달했고, 2회에는 기부의 날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행사, 나눔바자회 개최, 어려운 이웃돕기 모금행사 등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지역의 나눔문화 혁신을 위한 실천사례 및 방법 제시’를 주제로 슬로건, UCC, 사진 등 3개 분야 공모전도 열었다. 조금씩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의 날이 소외된 이웃에게 알게 모르게 헌신한 인물들이 만인의 표상이 되도록 하는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시민 참여 없이는 기부의 날 취지도 퇴색해진다.”

정현·최남춘기자/face00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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