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수년 전 고양 일산 K-컬처밸리 터에 테마파크를 조성해보자는 경기도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CJ그룹 계열사인 CJE&M은 그로부터 6년 뒤인 지난해 경기도가 제안했던 같은 장소에 1조4천억 원을 투자하는 K-컬처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사업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차은택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업에 갑작스럽게 CJ그룹이 참여한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중부일보 취재결과,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소속 공무원들은 2009년 고양 일산 한류월드(현 K-컬처밸리)터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CJ그룹 관계자를 만나 테마파크 조성 사업 의향을 타진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L모 과장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시절 장기간 방치되고 있던 현재의 K-컬처밸리 터에 테마파크를 유치해보려는 노력을 했었다”면서 “CJ쪽에서 관심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룹 관계자를 만나 한류월드 터를 제안했지만 의견차가 있어서 더 이상의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CJ쪽은 경기도 소유의 땅 또는 그린벨트 같은 토지 매입(사용) 비용 부담이 적은 곳을 추천해달라는 분위기였다”면서 “한류월드 외에는 CJ쪽에 제공해줄 수 있는 도유지가 없었고, 그린벨트는 규제 때문에 물색해줄 형편이 못됐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과 함께 CJ를 방문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CJ 관계자가 경기도는 땅(도유지)가 많고, 그린벨트도 많은데 테마파크를 조성할 만한 곳이 없겠느냐고 묻더라”면서 “우리쪽에서 제시한 한류월드 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J그룹은 한류월드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뜻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 이후에는 경기도 차원에서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와 비교해보면 여건이 변한게 별로 없는데도 CJ그룹이 느닷없이 K-컬처밸리를 조성하겠다고 해서 솔직히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CJ그룹은 6년 전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곳에 무려 1조4천억 원이나 투자하는 결정을 한 셈이다.
복수의 경기도 공무원들은 “외국인투자기업을 끌어들인 K-컬처밸리 같은 방식이라면 6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테마파크 부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경기도의 입장에서는 애물단지였던 땅을 사실상 대기업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CJ를 끌어들인 청와대에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CJE&M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인 K밸리는 지난 6월 30일 K-컬처밸리 테마파크 부지(23만 7천401㎡)를 토지 가액(833억 원)의 1%인 연 8억 3천만 원에 50년간 장기 임대하는 조건으로 경기도와 계약을 맺었다. 케이밸리는 싱가포르 투자사 방사완브라더스가 지분의 10%(50억)를 가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1% 대부율은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되는 최저 이율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6년 전에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제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오래 전 부터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던 차에 K-컬처밸리 사업을 추진한 것이며,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만구·조윤성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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