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롤모델로 꼽히던 경기창조경제센터 '최대위기'

▲ 경기센터 5층 Co-Work Zone. 제2의 구글, 애플을 꿈꾸는 스타트업 기업의 요람이다. 사진=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인 창조결제혁신센터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가동 1년 반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지방정부들이 예산을 삭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업계와 입주기업들은 “무작정 반감을 갖고 예산을 삭감하기 보다는 간판을 바꾸더라도 육성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센터의 본질적 기능과 성과에 주목해 옥석을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벤처 사업가들과 중소기업의 경영·사업혁신을 이끌어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80여 개국 해외 네트워크 구축과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끝장 지원’으로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2천500여 바이어 방문, 80개국 글로벌 네트워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경기센터)의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경기센터는 ‘스타트업 Go Global’이라는 기조 아래 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올해 10월말 기준 해외 120개국, 2천500여 명의 장·차관급 공무원, 엑셀러레이터(창업지원가), 대기업 관계자 등이 세미나·연수·포럼 등의 형태로 다녀갔다.

해외 바이어들의 센터 방문은 단순한 기관 소개가 아닌 네트워크로 이어져 현재 80개국 이상의 해외 인프라를 구축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판로 확대 및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스마트이어셋 업체 해보라(주)는 지난해 경기센터의 IoT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지원 결과, 올해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서 4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IoT 기반 스마트레버락을 개발한 아마다스는 유럽·미국 도어락 업체와 NDA를 체결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출 유망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센터는 또한 스페인의 세계적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와 상호 교류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현지에서 주요 바이어나 투자가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외신들도 경기센터의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BBC, 프랑스 Les Echos 등 해외언론에서 경기센터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인터뷰 및 소개가 1천여 건 넘게 보도됐다.



▶84개 기업 육성·554억 투자유치

경기센터의 기능은 크게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창업 희망자들을 위한 ‘6개월Challenge’와 창업 7년 이내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보육기업(K-Champ Lab)’ 시스템으로 나뉜다.

‘6개월Challenge’는 아이디어를 최초 단계에서 사업화 직전까지 6개월간 집중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팅(창업지원) 플랫폼 구축·운영 시스템이다. 창업 희망자가 접수한 아이디어를 선정해 이를 사업 모델로 구체화하고, 특허 출원·시제품 제작·시장검증까지 지원한다.

'보육기업 시스템'은 경기센터 전담기업인 KT와의 사업 협력 가능성 및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IoT·게임·핀테크·5G 업계의 중소기업을 선발, KT가 지닌 인프라와 플랫폼을 활용해 기업 역량을 신장한다.

특히 경기센터는 KT와 유기적인 협력 하에 보육기업 및 유관기업을 대상으로 시장현황·제품기획·판로확보 등 사업화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센터는 올해 10월 기준 84개의 창업·중소기업을 발굴·육성했으며, 554억 원의 투자유치, 신규채용 367명, 10개 해외법인 설립, 154억5천900만 원 매출증가 등을 기록했다.

2015년 3월 개소 이후 불과 14개월 만의 성과다.



▶최순실 여파로 입주기업 ‘술렁’

이처럼 짧은 기간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경기센터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폭풍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의회에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가 보류된 다음날인 17일.

신사업 개발로 분주한 경기센터 5층 Co-Work Zone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IoT 기반 앱 개발 업체 이모(26) 대표는 “센터 직원들이 크게 불안한 내색을 비치지 않아 동요하고는 있지만 분위기는 많이 침체됐다”면서 “언론보도와 외부에서 최순실 사태로 센터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와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기센터 전담기업인 KT측에서 창조경제라는 타이틀이 빠져도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KT가 사업비만 지원하는 현재 구조에서 운영비 부담까지 떠안을지는 미지수다. KT관계자 역시 지속적인 지원 가능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웹툰의 영상화 기술을 개발하는 아이디어콘서트 전달용(46) 대표는 “지난 주부터 채용 면접 수십 건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며 “아무래도 최순실 사태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사업 육성 위해 센터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부정은 발본색원해야 하지만 옥석은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어오던 벤쳐 창업 및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단절시킬 경우 경쟁국보다 크게 뒤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부정적인 부분은 도려내고, 실질적인 성과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관료들이 성과 분석결과를 토대로 국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이 됐다는 의혹때문에 센터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경기센터의 무자본 벤처 창업가와 중소기업 혁신에 대한 공을 인정하고 신중하게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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